에인절스의 바톨로 콜론은 홈 경기에서 자기가 던질 때 스피드건을 꺼달라고 요구했다.
홈팀 스코어보드 운영자‘조작’가능성 농후
스피드 의식하다 경기 망치는 투수도 많아
시속 100마일 광속구, 과연 믿을 수 있을까.
현대 메이저리그 구장이나 TV중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정보중 하나는 투수들의 투구 스피드다. 과연 투수가 얼마나 빠른 볼을 던지나 하는 것에 대한 관심은 비단 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상대팀 타자들은 물론 공을 던지는 투수 본인조차 자신이 던진 볼의 스피드가 얼마나 높게 레이더건에 찍히느냐에 알게 모르게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그와 함께 과연 이 스피드건에 찍힌 구속이 정확한 지와 또 구장 전광판에 찍히는 구속이 고의적으로 조작되는지에 대한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19일자 LA타임스 스포츠섹션이 이 문제를 집중 조명, 관심을 끌고 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본다.
18일 부상자명단에 오른 LA 다저스의 4,700만달러짜리 투수 제이슨 슈미트는 최근 그의 공 스피드를 둘러싼 집중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그의 볼 스피드가 뚝 떨어진 것이 곧 그의 어깨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었기에 그가 등판한 경기에서 공 하나하나의 스피드가 분석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부상이라는 특수상황이 아니더라도 현대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들의 볼 스피드는 가장 흥미로운 관심거리중 하나다. TV방송사들은 투수의 매 투구마다 구속을 알려주며 대부분의 구장도 스코어보드에 투구 구속을 알린다. 문제는 과연 이 수치가 정확하냐 하는 것이다.
다저스의 네드 콜레티 단장은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단서를 단 채 “레이더건은 맞을 지 모르지만 스코어보드에 나타난 수치는 실제와 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홈팀의 전광판 운영자들이 자기 팀 투수들의 투구 스피드는 실제보다 높이고 상대투수 스피드는 실제보다 낮게 조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예로 메이저리그에선 샌디에고 파드레스가 클로저 트레버 호프만의 직구 구속을 최소 시속 2~3마일 이상 ‘뻥튀기’하고 있다는 의혹이 광범위하게 돌고 있다. 그의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직구의 구속 차이를 크게 하기위한 ‘장난’이라는 것. 심지어는 슈미트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 시절 다저스테디엄에서 등판했을 때 자기 구속이 83마일로 찍힌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이런 홈팀의 ‘심리전’이 의외로 선수들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기 스피드가 생각보다 안 나온다고 생각한 원정팀 투수는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한 투구를 하고 이는 오히려 난조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특히 자기보다 구속이 느리다고 생각한 홈팀 투수보다 스피드가 안 나올 경우 열받아 무리하다 경기를 망친 케이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선수들이 스피드건을 의식하다 쉽게 부상을 당하거나 부상을 당한 선수의 회복이 더 느려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제시됐다. 다저스는 팀의 전 클로저 에릭 간예가 부상에서 회복되면서 지나치게 볼 스피드를 의식하는 바람에 무리해 부상회복이 늦어졌다고 보고 있다. 에인절스의 바톨로 콜론은 커리어 초반 지나치게 스피드건을 의식해 최근에는 홈에서 등판할 땐 스코어보드의 스피드건을 꺼달라고 요구할 정도다.
이제 스피드건은 현대 메이저리그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 스피드건이 단순히 경기를 보는데 도움을 주는 차원을 넘어 경기자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메이저리그가 풀어야할 숙제중 하나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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