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을 탄생시킨 이론상의 사건을 뜻하는 빅 뱅 이전의 우주도 엿볼 수 있다는 새로운 학설이 제기됐다고 스페이스 닷컴이 보도했다.
이론적으로 빅 뱅 이전에는 시간도, 공간도 없었으므로 이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 지에 관한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일부 학자들은 빅 뱅이 현재의 우주를 탄생시켰을 뿐 과거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닐 지 모른다는 이론을 제기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이론물리학자 마르틴 보요발트 교수는 우주의 기초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수많은 이론 가운데 하나인 고리 양자중력 이론을 이용, 시간의 역사를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 갈 수 있는지 계산한 결과 일부 학자들의 이론과는 달리 빅뱅 이전의 에너지와 시공간 왜곡현상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크긴 하지만 결국은 유한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까지 일부 학자들은 빅 뱅 이전에 기존 과학 이론과 어긋나는 무한한 에너지와 시공간의 왜곡 현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면서 이 때문에 빅 뱅 이전의 과거를 알 수 없다는 이론을 제기해 왔다.
보요발트 교수는 자연 물리학 저널 최신호에 실린 연구보고서에서 빅 뱅 이전의 우주 모습을 오늘날의 우주에서도 찾을 수 있다면서 빅 뱅 이후에도 과거의 증거가 계속 남아있다면 그 영향은 천문학적 관찰과 컴퓨터 모델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우주의 건망증 때문에 과거의 일부 지식은 영원히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면서 예를 들어 오늘날의 우주 크기로 미루어 보고 빅뱅 이전의 우주 크기를 짐작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빅 뱅 이전 우주의 일부 특성이 현재의 우주 관찰에 이처럼 미미한 영향밖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면서 우주의 건망증이 매우 심하다는 사실은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사실, 즉 현재의 우주가 갖고 있는 기본적 특성은 과거 우주와는 다르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절대적으로 똑같은 우주의 영원한 반복을 막는 것은 우주에 분명히 내재하는 건망증인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요발트 교수의 이런 가설은 폴 스타인하트(미국 프린스턴대)와 닐 터록(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순환 모델과는 궤를 달리 하는 것이다. 순환 모델에 따르면 빅 뱅 이전의 우주에는 서로 끊임없이 충돌하고 튕겨 나오는 현실의 막(膜)들이 존재하며 이런 막들에 의해 현재의 우주 이전에도 무한한 빅 뱅이 거듭됐다는 것이다.
스타인하트 교수는 보요발트의 계산이 확실하긴 하지만 서로 다른 물체와 복사 간의 상호작용까지 포함시키는 정교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프란스 이론물리학 센터의 카를로 로벨리는 빅 뱅 이전의 우주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이론은 뛰어난 것이긴 하지만 신뢰성을 얻기 위해선 우주 관측과 비교할 수 있는 예측을 내놓아야 한다고 논평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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