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불화냐, 사기 결혼이냐.’
최근 워싱턴 인근지역에서 영주권 취득을 위한 위장 결혼 여부를 둘러싼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어 한인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군다나 법정으로까지 비화된 이번 분쟁의 당사자인 남편은 국졸의 정신지체 장애인이며 아내는 모 대학 무용과를 졸업한 여성이라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위장 결혼을 둘러싼 이번 공방전은 지난 2005년경 필라델피아에 거주하는 한 50대 시민권 남자와 한국의 이혼한 중년여성이 급작스레 결혼하면서부터 비롯됐다. 그해 이용승씨(53)는 이 지역에서 발행되는 모 주간지에 배우자를 구한다는 광고를 냈다. 당시 이씨는 이혼한 후 혼자 살고 있던 처지였다. 인근에서 델리를 운영하던 임모씨 부부는 이 광고를 보고 서울에서 외롭게 지내던 여동생(48)을 이씨에 소개해줬다. 임씨의 여동생은 93년 이혼한 후 홀어머니와 남매를 데리고 요구르트 배달 등을 하며 어렵게 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전화로 데이트를 하다 얼마 뒤 이씨가 직접 서울을 찾았다. 임 모 여인과 이씨는 직접 대면한 지 5일 만에 주한 미 대사관에 결혼 서약을 했다. 10월20일, 속전속결로 부부 서약을 마친 이들에 첫 시련이 닥쳐왔다. 시민권자 결혼 초청 케이스인 임 모 여인의 미국행 비자가 거부된 것이다.
이씨는 임 여인과 상의한 후 모 봉사센터의 도움을 받아 탄원서를 작성해 미국 대사관과 뉴욕 총영사관에 보냈다. “임 여인과 살게 해달라”는 요지였다. 이런 노력 덕분에 임 여인은 올 2월13일 딸과 함께 미국에 입국했다.
그러나 이 속성 부부의 파경은 너무 일찍 찾아왔다. 문제를 제기한 것은 남편인 이씨. 그는 지난 6월, “임 여인이 첫날밤부터 동침을 거부하고 한국의 전 남편과 전화를 하는 등 결혼생활이 불가능해졌다”며 억울한 사정을 언론에 털어놓았다. 이씨는 또 임 여인이 나중에 무단가출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필라델피아 강영국 한인회장도 참석해 “장애인을 이용한 결혼 사기행각”이라며 임 여인을 질타했다.
그러자 임 여인은 남편의 거짓말과 무능력으로 결혼생활이 파탄났다며 언론을 통해 남편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남편이 워낙 말을 잘해 정신지체 장애인이란 사실을 미국에 와서 처음 알았다”며 “이씨는 장애인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장애인 등록을 했다고 나를 속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남편이 초등학교 졸업자임에도 고교 졸업이라고 속였으며 식품점에 가면 사람들이 수군거려 외출마저 어려울 지경이었다”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임 여인은 또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도 파경의 이유로 들었다. 그는 “남편이 프러포즈를 하면서 전기 기술자로 월 5천-1만달러의 수입이 있다고 했다”며 “막상 미국에 와보니 직업은 물론 방세 얻을 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가 모 교회의 도움을 받아 두달치 렌트비를 낼 정도로 곤궁한 처지인 것은 사실로 밝혀졌다.
가출 논란도 이 부부의 진위 공방전에 끼어 들었다. 이씨는 아내가 자발적으로 집을 나갔다고 주장하나 임 여인은 남편의 의처증 증세로 견딜 수가 없는데다 이씨에 의해 쫓겨났다고 반박하고 있다. 임 여인은 또 “남편이 이민국에 신고하면 바로 추방된다며 협박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이 부부의 주장은 이처럼 결혼의 시작에서부터 가출에까지 모든 부분에서 엇갈리고 있다.
이들의 공방전은 결국 법정으로까지 비화됐다. 임 여인은 남편 이씨를 상대로 가정법원에 접근 금지명령 신청을 냈고 오는 13일 재판이 열린다. 이씨의 형제들은 이민국에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이 비극적인 결혼의 종말은 결국 이민국의 재판에 의해 가려지게 됐다. 만약 위장 결혼이라고 판명나면 임 여인의 임시 영주권은 취소되고 추방된다. 그러나 임 여인이 이민국 재판에서 남편의 학대로 인한 결혼 파탄이란 판결을 받으면 미국에 계속 체류할 수 있다.
한인사회에서는 이 부부의 공방전이 어떤 결말을 짓게 될 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영주권을 둘러싼 이민사회의 특수한 풍경이라며 씁쓸해 하고 있다.
<이종국·홍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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