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신임에도 불구, 기가 막힌 타이밍에서 이어진 날카로운 헤딩슛으로 선취골을 뽑은 최성국이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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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국 헤딩 선취골 뒤 페널티킥 동점골 허용

47년만에 아시안컵 정상탈환에 나선 한국이 첫 경기에서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쉬운 무승부를 기록했다.
11일 새벽(LA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글로라 붕카르노 스테디엄에서 벌어진 2007 아시안컵 축구대회 D조 1차전 경기에서 한국은 후반 21분 최성국의 헤딩 선취골로 기선을 잡았으나 32분 야세르 알카타니에게 페널티킥 동점골을 내줘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로써 한국과 사우디는 모두 전날 바레인을 2-1로 꺾은 공동개최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나란히 조 2위에 자리잡았다.
한국으로선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운 한판승부였다. 사우디를 상대로 1989년 월드컵 예선이후 18년째 승리가 없는 한국은 이날 후반이후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선취골까지 뽑아내며 사우디 징크스에 종지부를 찍는 듯 했으나 끝내 피니시블로가 됐을 추가골을 넣지 못하고 오히려 석연찮은 판정에 페널티킥을 내줘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후 경기종료 6분여를 남기고 발생한 정전사고로 경기가 24분여동안 지연되는 바람에 집중력이 떨어진 한국은 끝내 승리를 따내는데 실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사우디와 역대 전적이 3승6무5패가 됐고 아시안컵에선 3무1패로 무승행진을 끊지 못했다.
핌 베어벡 감독은 이날 원톱에 조재진을 놓고 염기훈과 최성국을 좌우 날개로 포진시켰으며 미드필드에 김정우와 손대호, 김상식, 포백 수비라인에 김치우, 김진규, 강민수, 오범석, 골키퍼에 주장 이운재를 기용했다. 전반 경기는 양팀 모두 상대의 역습을 경계하는 탐색전 양상이었으나 초반 공세는 사우디가 주도했다. 투톱요원 말렉 마즈와 알카타니에게 수차례 위험한 기회를 내줬다. 특히 24분에는 수비라인에서 패스가 끊기는 바람에 마즈에게 오른쪽이 완전히 뚫렸으나 각도를 좁히며 뛰쳐나온 이운재의 선방으로 아찔한 위기를 넘겼다.
전반 종반에 접어들면서 마침내 활기를 찾기 시작한 한국은 41분 원톱 조재진이 오범석의 크로스롤 문전 정면에서 수비수를 등진 채 그림같은 오버헤드킥으로 연결, 비록 사우디 골키퍼의 손끝에 걸려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으나 그때까지 침체됐던 분위기를 되살리는 역할을 했다. 이어 44분에는 사우디 진영 왼쪽에서 김치우가 날린 기습적인 중거리슛이 역시 골키퍼에 걸렸으나 이때부터 한국은 경기의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후반에도 전반 스타팅 멤버를 고스란히 투입한 한국은 양쪽 윙백들의 측면 돌파가 살아나며 계속 공세를 이어갔고 결국 21분 염기훈이 미드필드 왼쪽에서 예리한 왼발 크로스를 올리자 단신의 최성국이 뛰어들며 날카로운 헤딩슛으로 사우디 골문을 열었다. 볼을 기다리던 장신의 사우디 수비수 앞을 자른 기가 막힌 타이밍이 돋보였다.
이후 한국은 완전히 주도권을 장악하고 사우디 문전을 잇달아 위협했으나 끝내 쐐기골이 터지지 않았고 오히려 32분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오른쪽 윙백 오범석이 마즈의 돌파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살짝 민 것이 화근이 돼 석연치 않은 페널티킥을 허용한 것. 이후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던 게임은 후반 40분께 경기장 전체가 정전으로 암흑이 되면서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고 특히 체력이 고갈돼 가던 사우디선수들에겐 휴식의 시간이 됐다. 약 24분 뒤 재개된 경기에서 한국은 막판 수비라인의 집중력이 흔들려 결정적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다행히 상대의 슛이 빗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무승부에 만족해야했다.

<김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