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골을 넣은 김정우(오른쪽 두 번째)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
‘자카르타의 기적’
인도네시아 1-0으로 꺾은 동시에
바레인의 0-4 패배 겹쳐 아시안컵 8강 진출
한국축구가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천신만고 끝에 예선탈락 위기를 넘기고 조 2위로 8강에 턱걸이했다.
18일 새벽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벌어진 홈팀 인도네시아(1승2패)와의 2007 아시안컵 D조 예선 최종 3차전에서 한국은 전반 33분 터진 김정우의 천금 결승골로 1-0으로 승리, 조별리그 탈락의 치욕을 모면했다. 리그전적 1승1무1패가 된 한국은 같은 조의 사우디아라비아(2승1무)가 바레인(1승2패)을 4-0으로 대파해 준 덕에 사우디에 이어 D조 2위로 8강에 올랐고 오는 22일 새벽(LA시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C조 1위로 올라온 이란과 4강 티켓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같은 시간 벌어진 경기에서 사우디와 바레인이 비길 경우 이날 인도네시아전 결과에 상관없이 탈락하는 등 자력 8강 길이 막혀있던 한국으로선 천신만고 끝에 얻어낸 귀중한 8강 티켓이었다. 비록 상대는 역대전적 33승4무2패, 1975년이후 파죽의 20연승 행진(이상 이날 경기포함) 등 한국이 지금까지 압도적인 우위를 지켜온 인도네시아였지만 경기가 9만여명에 달하는 팬들이 열광하는 자카르타 글로라 붕카르노 스테디엄에서 펼쳐졌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선 결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던 일전이었다. 특히 인도네시아가 이미 한국에 패배를 안긴 바레인을 꺾었고 강호 사우디에게도 1-2로 석패했을 만큼 전력이 향상된 점도 한국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배수진을 친 핌 베어벡 감독은 이날 원톱 조재진을 중심으로 최성국과 이천수를 양날개로 기용하고 미드필드에 김정우-손대호-김상식, 포백 수비라인에 김치우, 김진규, 강민수, 오범석을 내세웠다. 인도네시아는 대관중의 환호를 등에 업고 한국의 기를 누르려는 듯 초반 거친 플레이로 나섰으나 한국은 초반 연속으로 득점찬스를 만들어내며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5분만에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프리킥을 얻어 이천수가 직접 찼으나 골키퍼에 걸렸고 8분에는 최성국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조재진의 패스를 받아 강력한 오른발슛을 때렸으나 골키퍼에 맞고 튀어나왔고 이를 다시 김정우가 왼발로 찼으나 골문 오른쪽으로 빗나가 선취골 찬스를 놓쳤다.
이후 한국은 인도네시아의 강력한 저항과 오프사이드 트랩에 막혀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했으나 동시에 시작된 사우디-바레인 전에서 사우디가 선취골을 뽑아낸 소식이 전해지며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28분 역습을 허용, 엘리에 아이보이에게 페널티박스 안에서 슛까지 내줬으나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어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한국은 마침내 33분 천금같은 결승골을 뽑았다.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이천수가 수비수 3명사이를 헤집고 오른쪽으로 볼을 내주자 김정우가 오른발 강슛을 뿜었고 볼은 수비수의 가슴을 스쳐 살짝 굴절되며 네트 오른쪽 상단구석을 꿰뚫었다.
이후 한국은 계속해서 주도권을 잡고 승부를 결정지을 쐐기골을 노렸으나 고질적인 결정력 부족에 계속 발목을 잡혔다. 후반 24분 김정우는 페널티지역 안에서 완벽한 오픈찬스를 맞았으나 슈팅이 골키퍼 몸에 맞았고 29분엔 이천수가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허물며 단독찬스를 잡았으나 오른발슈팅이 크로스바를 훌쩍 넘겼다. 이미 사우디의 압승이 확정되고 있었지만 한국은 마지막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한 골만 먹으면 탈락한다는 조마조마함에 애를 태워야 했다.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오르는 인도네시아는 9만여 대관중의 성원속에 마지막까지 필사적인 공세로 한국문전을 두들겼으나 끝내 한국은 종료휘슬이 울릴 때까지 골문을 지켜냈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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