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막 올린 데이빗 베컴 시대
2007년 7월21일 오후 7시44분.
데이빗 베컴의 LA 갤럭시 시대가 막을 올린 시간이다. 카슨 홈디포센터에서 펼쳐진 2007 월드시리즈 오브 풋볼 최종전 첼시FC(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베컴은 후반 33분 2만7,000여 만원관중의 우레와 같은 환호와 열광, 그리고 구장 전체를 뒤덮은 소나기 카메라 플레시 세례 속에 필드에 섰다. 인저리타임까지 포함, 불과 16분 정도의 짧은 데뷔전이었지만 그 의미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이날 밤의 스타는 오직 베컴 뿐이었다. 세계축구 최고급 수퍼스타들이 즐비한 명문클럽 첼시도 이날만큼은 들러리에 불과했다. 선수 입장 순간부터 모든 시선은 베컴에게 쏠려있었고 그가 고개만 치켜들면 환호성이 터졌다. 경기 도중에도 스테디엄내 대형 스크린은 수시로 벤치에 앉아있는 베컴의 모습을 비췄고 이날 경기를 생중계한 ESPN은 스테디엄 상공을 가로지르는 카메라를 비롯, 총 19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베컴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았다. 베컴의 역사적인 데뷔전을 보기 위해 홈디포센터를 찾은 사람들 가운데는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NBA 수퍼스타인 케빈 가넷(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을 비롯, 베컴 부부와 절친한 친구이자 이웃사촌이기도 한 탐 크루스의 부인 케이티 홈스와 그 딸 수리, 배우 드루 케리와 윌 스미스, 샤론 스톤 등 할리웃 탑스타들이 즐비했다. 경기 후 베컴은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에 대해 “믿기 어려울 만큼 감동적이었다”면서 “웜업재킷을 벗을 때나 몸을 풀려고 조깅할 때까지 팬들이 환호해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발목부상중인 그는 프리게임 웜업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모든 촉각은 과연 그가 경기에 나설 것인가에 모아져 있었다. 마침내 후반 20분 베컴이 몸을 풀려고 벤치에서 일어서는 순간 열광적인 환호가 터졌고 함성을 갈수록커져 33분 그가 포워드 알란 고든과 교체돼 필드에 들어서는 순간 스테디엄 전체는 떠나갈 것 같은 함성과 환호, 소나기같은 카메라 플레시 세례로 뒤덮였다. 갤럭시는 물론 MLS(메이저리그사커)와 미 축구 전체에 걸쳐 새로운 시대를 열리는 순간이었다.
베컴은 필드에 선 짧은 16분의 시간동안 경기 내용면에선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볼을 터치한 것이 12회로 3-4번의 롱패스와 1번의 코너킥을 시도한 것이 사실상 이날 플레이의 전부였다. 부상중인 왼쪽발목은 아직 시원치않은 모습이었고 설상가상으로 인저리타임 도중 첼시 스티브 시드웰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며 필드에 넘어져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 모든 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하기도 했다. 다행히 부상은 그리 심한 것이 아니어서 곧 일어나 플레이를 재개했고 팬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첼시의 조제 무리뉴 감독은 “(베컴이) 10-15분 정도를 뛰었는데 오늘의 목적은 그를 필드에 내보내 팬들의 소원을 풀어주는 것이었고 그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면서 “축구에서 중요한 것이 선수들의 동기부여(Motivation)와 집중력(Intensity)인데 그런 면에서 베컴은 갤럭시 팀에 영감(Inspiration)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베컴은 10년간 유럽에서 최고수준으로 뛰었다. 미국에서 뛰는 것은 그에게 아주 쉬울 수 있다”면서 “미국인들이 축구를 사랑하게 하고 미국축구 수준을 한단계 발전시킬 선수로 그가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비록 발목부상으로 인해 내용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더 컸던 짧은 데뷔전이었지만 베컴과 베컴의 팬들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뜻깊었던 밤이었다.
김동우 <스포츠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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