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형 씨가 킬리만자로 최고봉에 이르는 전진기지가 될 키보 산장(해발 4,700미터)을 향해 가는 도중 이정표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달라스에 사는 한양대 산악회 원로 이문형 씨(76세, 49학번)가 아프리카의 최고봉 킬리만자로 원정 등반에 참가해 텍사스 한인의 도전정신을 발휘하고 돌아왔다.
킬리만자로 등정을 위해 체력강화 훈련을 하고 있던 지난 5월, 이문형 씨는 한국의 노장 산악인이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섰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나자 남의 일 같지 않게 침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킬리만자로 등반대에 참가한다는 생각에는 추호도 흔들림이 없었다. “킬리만자로 등반을 떠납니다. 젊은 후배들과 함께 산에 오를 것입니다.”
달라스 YMCA 총무로 잘 알려진 이문형 씨는 시차적응과 체력 조절을 위해 1주일 먼저 출국하는 바람에 약속했던 인터뷰도 할 수 없었다.
지난 7월 19일 달라스 국제공항을 출발한 이문형 씨는 서울에서 1주간 휴식을 취한 뒤 한양대 재학생들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29명의 원정 등반대와 함께 26일 상하이 경유 도하(카타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케냐의 나이로비를 거쳐 탄자니아에 입국했다. 등반대는 킬리만자로 국립공원으로 이동한 뒤 마랑구 게이트(해발 1,980미터)를 통과해 마랑구 루트를 통해 본격적인 등반에 나섰다. 일행은 3시간여 우림지역을 통과하여 만다라 산장(2,700미터)에 도착했고, 다음 날은 약 6시간 건조한 관목지대를 통과해 호롬보 산장(3,720미터)에 기지를 차렸다. 그 다음 날은 고소 적응을 위해 약 4시간 마휀지 봉 갈림길(4,200미터)까지 걸었다. 도보 산행 4일째인 7월 31일, 호롬보 산장에서 약 7시간 황무지를 지나 매우 느리게 걸어 산장 가운데 세계에서 최고 높은 곳에 위치한 키보 산장(Kibo Hut, 4,700미터)에 도착해 정상 공격을 위한 베이스 캠프를 쳤다.
한라산보다 두배 이상 높고, 백두산보다 2,000미터나 높은 키보 산장에 오를 때까지 이문형 씨는 목이 타들어가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물을 계속 마셔야 했고, 고지대에서 손가락 마디마디, 발톱이 찌릿찌릿 하는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먹고 애써 참아가며 걸어야만 했다.
눈에 덮인 킬리만자로 정상 공격에 나서는 날, 이문형 씨는 자신의 체력과 몸의 상태를 심각하게 고려했고, 눈물을 머금고 정상 도전을 단념할 수 밖에 없었다.
“산은 말을 하지 않는다. 산은 묵묵히 겸손하게 대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자연을 대할 때 겸손해야 한다.”
이문형 씨가 킬리만자로 정상을 바라보며 가슴 속으로 새긴 말이다.
원정단장 이영수(70학번), 원정대장 김정원(74학번), 등반대장 이상세(80학번)씨가 이끄는 한양대 산악회 등반대는 30명 가운데 재학생들과 비교적 젊은 대원 19명이 최고봉인 우후르피크(5,895미터) 정복에 성공했다. 정상 공격에 나섰던 일부 대원들은 불과 한 시간 만에 당가에 실려 하산하기도 했다고 이문형 씨는 전했다. 이문형 씨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대원은 9년 아래인 함창식 씨였고, 그 다음은 11년 아래인 송세강 씨였다.
이문형 씨는 “출발 전 매일같이 1만3천보 이상 걷기를 하는 등 체력보강을 했지만 4,700미터까지 올라가는 데도 힘이 많이 들었다. 꾸준히 등산을 해야 하는데 지난 40년간 제대로 된 등산을 하지 못해 정상 도전을 양보한 것이다. 후배들에 의해 당가에 실려 내려오고 싶지는 않았다.”라며 “그래도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한양대 산악회는 5대륙 최고봉 등정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2005년 3월 이상세 씨(올해 등반대장, 당시 원정 부단장)를 비롯 2개조 4명이 에베레스트를 정복했고, 2008년 7월과 12월 유럽의 엘부르즈와 남미의 아콩가구아, 2009년 4월 알래스카의 맥킨리 봉을 등정할 예정이다. <최용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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