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 3연승 스타트…에릭손 감독 역할에 주목
주말 아스날 원정서‘태풍’격상여부 결정될 듯
‘1위 맨체스터시티(승점 9)-16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2)’
2007-0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시즌 초반 이변의 태풍이 불고 있다. 같은 맨체스터를 본거지로 한다는 점을 빼면 영국에선 그 위상차가 귀족과 평민의 격차라고 해도 마찬가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U)와 맨체스터시티(이하 맨C)의 신세가 100% 뒤바뀐 것. 디펜딩 챔피언이자 모두의 우승후보 0순위였던 맨U는 첫 3게임에서 단 1승도 못 건지고 2무1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20개 EPL팀 가운데 16위에 처져 있는 반면 2부리그 강등후보중 하나로 거론됐던 맨C는 시즌 개막과 함께 파죽의 3연승 가도를 달리며 첼시를 승점 2차로 제치고 단독선두로 치고 나섰다.
맨U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왼쪽)의 찡그린 표정과 맨C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의 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맨C가 첫 2경기에서 승리를 거뒀을 때만 해도 상대가 꼴찌후보들인 웨스트햄과 더비카운티였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을 수 없었으나 지난 주말 3차전에서 맨U를 1-0으로 침몰시키자 갑자기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제는 이 같은 맨C의 맹렬한 기세가 과연 시즌 내내 이어질 것인지, 한순간 반짝하고 끝날 일시적 현상일지가 관심사가 됐다.
여기서 더욱 흥미를 돋우는 것은 올 시즌 새로 맨C의 사령탑으로 취임한 사람이 다름 아닌 스벤-고란 에릭손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독일월드컵까지 5년간 잉글랜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바로 그 사림. 스웨덴 출신의 에릭손 감독은 대표팀 감독시절 선수차출 문제를 놓고 맨U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앙숙처럼 지낸 바 있는데 이번에 전 태국총리 탁신 시나와트라가 인수한 맨C에서 감독직을 맡게 돼 퍼거슨감독과 이번에 필드에서 정면충돌하게 됐고 그 첫 만남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따낸 것.
맨C의 상승세는 사실 예상하기 힘든 것이었다. 맨C는 1968년에 마지막으로 리그 우승을 경험했고 1976년 리그컵에서 우승한 것이 팀의 마지막 우승트로피로 30년간 정상근처에 가보지 못한 팀이다. 그동안 맨U는 9개 리그타이틀과 8개 FA컵 타이틀, 그리고 한 차례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었다.
지난달 6일 감독으로 취임한 에릭손은 신임구단주의 재정지원에 힘입어 8명의 선수를 영입했으나 이 가운데 영국선수나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는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에릭손의 맨C는 첫 3게임에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고 3연승을 거둬 유일한 전승팀으로 남았을 뿐 아니라 맨U와는 일찌감치 승점 7의 큰 격차를 벌렸다. 물론 에릭손감독이 초반 3게임 결과를 놓고 맨C가 맨U를 넘어섰다는 환상에 빠질 만큼 순진하진 않다. “우리가 1위자리에 있고 계속 싸우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향상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우리가 정상급 팀이 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성급한 낙관론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그는 “(3연승 스타트가) 특히 새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안겨줄 것”이라고 “여기서 계속 전진하여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말해 은근한 자신감도 감추지 않았다. 만약 맨C가 이번 주말 아스날과의 원정 4차전 테스트에서 또 이긴다면 에릭손 감독의 ‘맨C발 돌풍’은 ‘태풍’으로 격상될 것이 분명하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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