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여자월드컵 B조 1차전
미국, 투혼의 북한과 빗속 혈전끝 2-2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5위인 북한 여자축구가 2007 FIFA 여자월드컵축구대회에서 대회 사상 3번째 우승을 노리는 랭킹 1위 미국과 혈전 끝에 2-2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북한은 11일 새벽(LA시간) 중국 청두에서 펼쳐진 조별리그 B조 1차전 경기에서 후반 5분 미국의 애비 웜박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13분 김선희의 동점골과 후반 17분 김영애의 역전골로 경기를 뒤집었으나 후반 24분 헤더 오라일리에게 동점골을 내주면서 2-2로 비겼다. 이로써 지난 1999년과 2003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연속으로 미국과 만나 모두 0-3으로 완패했던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첫 골 맛을 보면서 무승부를 거두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북한의 김선희가 미국 수비수 칼리 로이드의 태클이 들어오기 직전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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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펼쳐진 경기에서 지난해 20세이하 월드컵 우승멤버들을 주축으로 내세운 북한은 시종 빠른 패스전개와 적극적인 공격자세로 신장과 체격에서 우세한 미국과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8년 만에 정상탈환을 노리는 미국 역시 북한의 날카로운 공세에 조금도 밀리지 않고 맞받아치고 나서 그야말로 숨쉴 틈 없는 일진일퇴 공방전이 펼쳐졌다. 선제골은 미국의 몫이었다. 후반 5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주장 크리스틴 릴리의 패스를 받은 대형 스트라이커 웜박이 강력한 13야드 슛으로 북한 골네트를 출렁였다. 하지만 웜박은 5분 뒤 북한선수와 충돌하며 넘어질 때 머리를 땅에 부딪쳐 뒷머리가 찢어져 피가 철철 흘러나오는 바람에 부상부위를 꿰매기 위해 약 10분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고 북한은 숫적 리드를 잡은 그 시간동안 동점골과 역전골을 터뜨려 전세를 뒤집었다. 미국의 그렉 라이언 감독은 경기 후 “힘든 결정이었다. 의사들이 몇 분이면 다시 필드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고 애비(웜박)는 워낙 중요한 선수였기에 10명으로 버텨보기로 했다”고 교체를 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웜박은 미 대표팀으로 97게임에서 78골을 뽑아낸 특급 골잡이다.
하지만 아무리 막강한 미국도 북한의 파상공세에 10명으로 맞서기엔 역부족이었다. 북한은 웜박이 나간 3분뒤인 후반 13분 김선희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중거리슛을 날린 것이 미 골키퍼 호프 솔로의 팔 밑으로 미끄려져 들어가며 1-1 균형을 이뤘고 불과 4분 뒤에는 김영애가 문전에서 흘러나온 볼을 강력한 슛으로 연결, 역전골을 뽑아내며 환호했다. 웜박이 역전골이 터진 뒤 2분 후에 필드에 복귀했고 실점만회를 위한 총 반격에 나서 결국 후반 24분 문전 혼전 중 오라일리의 슛으로 다시 2-2 균형을 맞췄다. 이후 북한은 후반 인저리타임에 두 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으나 두 번 모두 미국 골키퍼 솔로의 선방에 걸려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 후 미국의 수비수 캣 화이트힐은 “내 평생 이렇게 필사적으로 수비한 적이 없었다”면서 “그들(북한선수들)은 우리를 향해 날아오듯 돌격해왔다. 잘 버텨서 비길 수 있었다는 것이 기쁠 뿐”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미국은 이날 무승부로 무패행진을 47게임째로 이어갔으나 아직도 랭킹 3위 스웨덴과 아프리카 챔피언 나이지리아와의 경기가 남아있어 조 1위를 향한 여정이 더욱 험난해졌다. 죽음의 조로 불리는 B조의 다른 경기에서 스웨덴과 나이지리아는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한편 전날 독일이 남미챔피언 아르헨티나를 11-0으로 괴멸시킨 A조에선 일본과 잉글랜드가 2-2로 비겼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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