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뒤뜰에는고향이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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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상문)은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청년시절 여수 외가에서 조금 살다 미국으로 왔다. 인천에서 태어난 부인(이수잔)은 서울살이를 거의 안했다. CPA 아들(폴)과 변호사 딸(새미)은 북가주에서 태어났다. 흔히 하는 말로 이씨 부부에겐 고향이랄 곳이 없다. 게다가 미국살이 30년. 그런데, 농촌생활이라곤 안해본 이씨 부부의 프리몬트 자택 뒤뜰에는 ‘모두의 고향’이 익어간다. 은퇴한 이상문씨가 아직 현역인 이수잔씨(웰스파고은행)를 위해 취미삼아 소일거리삼아 뒤뜰 잔디를 뽑아내고 이 꽃 저 꽃, 이 채소 저 과일 심고 가꾸다보니, 새싹이 움틀 때는, 거름이나 물을 잘못 줘 움트다말고 시들어버릴 때는, 언제 이걸 다 키우나 싶어 평야 같이 넓어보이던 뒤뜰이 이젠 꽃끼리 채소끼리 과일끼리 서로 햇볕을 받아먹겠다고 아우성치고 밀치고 부대끼느라 빈 틈이 거의 없다. 담장에 넝쿨을 걸치고 능청맞게 누런 빛을 띠어가는 호박이며, 사춘기 소녀처럼 홍조를 띠어가는 사과며, 빨갛게 빨갛게 늘어지는 고추며, 진작에 보라색을 띠며 늙은티를 내 싹 뽑아버린 상추며, 자잘하고 못생긴 시큼달콤 포도며, 여름내 담 너머로 이웃집을 기웃거리던 수염쟁이 옥수수며…. 이씨 부부는 수시로 손님들을 초대한다. 손수 기른 야채와 과일을 대접한다. 남편이 늙으막에 농군이 된 사연을 부인은 맛나게 얘기한다. “한 5년 됐나, 타운홈에 살 땐데, 저 이가 어디서 구해서 오인가 뭔가 심어놨는데 내가 하도 좋아하니까, 그때부터 책 사보고 물어보고 해가면서 아주 농사꾼이 되더라니까요.” 아내사랑으로 일군 텃밭농장을 보고 손님들은 거개들 딴생각을 한다. “아이고, 고향이 따로 없네요. ”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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