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FIFA 여자월드컵
세계 1위 미국에 4-0 압승… 독일과 패권다툼
마르타 2골 타고 미국 51게임 무패행진에 ‘철퇴’
FIFA랭킹 1위로 통산 3번째 여자월드컵 우승에 도전했던 미국이 삼바군단 브라질에게 충격적인 참패를 당해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27일 새벽 중국 항조우에서 펼쳐진 2007 FIFA 여자월드컵 준결승에서 브라질은 현 여자축구 최고 수퍼스타인 마르타가 2골을 뽑아내는 활약을 타고 우승후보 0순위이던 미국을 4-0으로 대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사상 첫 결승에 올라 디펜딩 챔피언 독일과 패권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브라질의 수퍼스타 마르타(가운데)가 쐐기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에 둘러싸여 환호하고 있다.
>
미국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골키퍼를 1999년 월드컵 우승의 주역인 베테랑 브리아나 스커리(36)로 교체하는 모험수까지 들고 나섰으나 결국은 남자 못지않게 화려한 삼바축구를 선보인 브라질에게 월드컵 출전사상 최악의 스코어차로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날 패배로 무려 51게임째 이어져오던 국제경기 무패행진도 급제동이 걸린 미국은 오는 22일 노르웨이와 3-4위전을 갖는다.
미국으로선 할 말이 없는 완패였다. 브라질은 경기 시작부터 강한 압박으로 미국을 몰아붙였고 미국은 기세에서 밀리는 분위기였다. 첫 골은 전반 20분에 터졌다. 코너킥을 걷어내려던 미국 수비수 레슬리 오스본이 헤딩한 볼이 자기 골네트에 꽂힌 것. 행운의 첫 골을 따낸 브라질의 기세는 더욱 거세졌고 불과 7분 뒤 팀의 수퍼스타인 ‘넘버 10’ 마르타가 추가골을 뽑아내 2-0으로 달아나며 승리를 예감하기 시작했다. 마르타는 미국 수비수 5~6명을 따돌리고 문전 15야드 지점에서 강력한 왼발슛을 뿜었고 낮게 깔려 들어간 볼은 다이빙한 스커리의 손을 스치며 골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한 미국선수들이 울먹이고 있다. >
이미 패배의 검은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 미국이 치명타를 맞은 것은 전반 종료직전 인저리타임. 미드필더 샤넌 박스가 브라질 선수를 뒤에서 태클해 이날 2번째 옐로우카드를 받고 퇴장당한 것. 후반들어 미국은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 실점만회를 위해 공세로 나서야 했고 당연히 후방의 약점이 노출되면서 계속 위험한 상황을 맞기 시작, 결국 후반 11분 크리스티아네에게 단독찬스로 3번째 골을 내줘 사실상 패배가 확정됐다. 이후 브라질은 공세를 다소 늦추고 여유있게 경기를 풀어나가다 후반 34분 마르타가 왼쪽 측면에서부터 현란한 드리블로 미국 수비수 2명을 가볍게 제치고 왼벽한 피니시로 4번째 골을 터뜨려 대승을 마무리 지었다. 이날 2골을 보탠 마르타는 대회 7골로 득점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마르타는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다”며 감격했다. 반면 미국의 간판 스트라이커 애비 웜백은 “그들은 팀플레이를 했다. 그들이 그렇게 잘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이런 식으로 지다니 가슴이 깨지는 것 같다”고 울먹였다. 브라질과 미국은 여자축구로 23번 격돌했는데 브라질이 이긴 것은 이번이 단 2번째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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