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세포 생물 델로이트 로티퍼(bdelloid rotifer)가 8천만년 동안이나 무성 생식으로 활발하게 번식해 온 비밀이 풀렸다고 BBC 뉴스와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진은 민물에 사는 단세포 무척추동물 델로이드 로티퍼가 이처럼 오랫동안 양성교배 없이 생존해 온 비결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들의 유전자가 다양성을 띠도록 해 주는 교묘한 진화의 책략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많은 단성생식 생물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한 것과 달리 연못에 사는 델로이드는 물이 없어져도 다시 연못에 물이 찰 때까지 건조한 상태로 생존하는데 이처럼 놀라운 생존의 비밀은 바로 단성생식의 이면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금욕에 대한 일종의 보상, 즉 단성생식 생물에만 있는 특징으로 델로이드는 핵심 유전자 사본 2개로부터 각각 2개의 서로 다른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고 이에 따라 각 유전자는 제각기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해 다양한 유전자 풀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해다.
무성생식 동물의 유전자 사본들이 각각 다른 기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는 처음이다.
연구진은 델로이드의 유전자들이 서로 다르면서도 보완 기능을 함으로써 건조 상태에서도 생존하게 해 준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런 방식의 유전자 기능 진화는 양성 생물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것인데 이는 수천만년 동안 섹스 없이 지내는데도 모종의 보상이 따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델로이드의 LEA 유전자의 두 사본이 각각 달라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단백질을 생성함으로써 건조기에 이 동물을 보호한다고 밝혔다.
즉 한 사본은 델로이드의 수분이 빠져나가는 동안 다른 필수 단백질 분자들이 뭉치는 것을 막고 다른 사본은 세포를 둘러싼 연약한 막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생물들은 양성생식으로 번식하는데 양성생식에서는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 한 세포 안에 암수 양쪽의 유전자정보를 함께 담은 두 개의 유전자 사본이 존재하게 되고 이 두 사본은 두 개의 거의 똑같은 단백질을 생성하게 된다.
이처럼 유전자 정보가 여러 세대에 걸쳐 섞이면서 양성생식 생물들은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되지만 단성생식 생물들은 유전자 조성이 고정돼 있어 환경 적응력이 떨어지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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