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노동당이 60년간 정권을 독점하고 있는 북한 만수대 의사당을 방문한 노대통령이 “인민의 행복이 나오는 인민 주권의 전당”이라는 방명록을 남겼다고 한다. 인민의 행복과는 관계가 먼 시키는 대로 손만 드는 거수기 집합소가 만수대 의사당이다. 북한은 김정일의 한마디가 곧 법이고 진리로 통하는 사회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거늘 자유민주국가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어찌 그런 거짓말을 태연히 하는지 대단하다. 그리고 또 방북단과 함께 서해 갑문을 찾았을 때는 “인민은 위대하다”라는 표현을 썼다.
‘人民’ 이라는 말을 썼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은 전형적이고도 가장 극심한 형태의 인치국가(人治國家)인데 거기에 인민주권(人民主權)이라는 말이 가당치 않고 더군다나 ‘행복’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기만적이고 가증스럽다는 말이다. “원수와 더불어 싸워서 죽은 우리의 죽음을 슬퍼말아라. 깃발을 덮어다오 붉은 깃발을, 그 밑에 전사를 맹서한 깃발” 임화의 ‘인민항쟁가’처럼 투쟁의 당위성을 각성한 사람이 인민이고 그런 사상이 김일성 주제철학이다. 따라서 주체사상과의 일체감이 ‘위대한 인민’의 전제이며, 선군정치는 인민과 주체사상을 일체화하는 촉매제다. 그렇다면 인민은 위대하다 는 문장은 주체사상은 위대하다로 악용될 수 있다. 주체개념이 역사적, 정치적, 인민 개념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 위험천만한 문장을 북한적 개념에 대한 긴장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인민’이란 말도 그 가운데 하나다. 우리 사회에서는 국민이나 백성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이 말이 북한에서는 전혀 달리 쓰인다. 북한은 인민이란 “나라를 이루고 사회와 력사를 발전시켜 나가는데서 주체로 되는 사람들”이라면서 “혁명의 대상인 남조선사람을 제외하고 로동자, 농민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모든 사람들이 다 인민에 포괄된다”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므로 공산주의 북한에서 인민과 국민은 전혀 다른 것이다. 만수대의사당 방명록에 ‘인민의 행복이 나오는 인민 주권의 전당’ 이라고 대통령이 서명한 이튿날 청와대가 해명에 나서 인민은 서구 사회의 피플(people)을 번역한 것일 뿐이며 학술적으로도 이 표현을 많이 쓴다고 어거지 변명으로 얼버무렸다. 그러나 서구사회의 대표적인 미국은 인민이라 하지 않고 ‘시민’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인민’은 공산당이 전용하는 단 어로 중화인민공화국, 구소련 공산 위성국가들과 북한에서만 쓰이는 대표적인 공산당 언어라고 보아야 한다. 이미 죽이기로 작정하고 여는 무서운 ‘인민재판’을 6.25세대는 체험했지 않은가.
대한민국 헌법을 보면 우리가 왜 국민을 쓰는 지 알 수 있다. 헌법 제1장 제2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한국인은 이미 국민의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국민과 인민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가지는 것도 당연하다. 모스크바 대학을 나오고 공산당원으로 활약하다 남하하여 전향한 조봉암 의원이 ‘인민’ 은 중국, 소련 등 동구권의 많은 나라에서 사용하는 보편적인 개념으로 단지 공산당이 쓰니까 기피하자는 것은 고루한 편견일 뿐이라며 헌법에 ‘인민’이라고 표기하자고 했으나 결국 제헌의원들은 ‘국민’을 선택하게 됐다. 따라서 미국 게티스버그에서의 링컨 대통령 연설문(by the people, for the people, of the people)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정확한 해석이다. 예전엔 종종 ‘인민’으로 해석한 책자들도 있었지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화인민공화국 등 공산주의 국가가 등장한 이후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인민’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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