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석 정신과 전문의

‘말 없는 외톨이’
어느 날 한 중년여성이 상담을 의뢰해왔다.
“열여섯살 된 아들이 있는데 항상 말이 없고 친구도 없고 외톨이 같습니다. 지금 고등학교 일학년인데 학교도 가기 싫어하고 성적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내성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명랑한 편이었고 친구도 좀 있었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로는 차츰 말이 적어지고 학교를 자주 빠지고 친구도 만나지 않고 우울증에 빠진 것 같습니다. 학교성적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지난 4월 버지니아 대학에서 총격사건을 일으킨 한국 학생이 말 없는 외톨이였다고 알려져 걱정이 많이 됩니다. 도움말씀 부탁합니다.”

말 없는 외톨이는 틀림없이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말없는 외톨이는 두 가지 문제를 같이 갖고 있는데 첫째는 말이 없다는 문제이고 둘째는 대인관계가 없다는 문제이다.이 둘 중 하나만 있어도 큰 문제인데 두 가지가 다 있으면 아주 심각한 문제이다. 말을 잘 하던 사람이 말이 없어지면 그것은 어떤 심리적인 이유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가장 흔한 경우는 우울증으로 인한 것으로 우울증에 빠지면 의욕이 없어져 세상만사가 귀찮아지고 모든 것이 부질없이 보이기 때문에 사람을 피하게 되고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피하게 된다. 즉 자기자신을 외톨이로 만드는 것이다.

심한 우울증이 오래 계속되면 말 없는 외톨이가 될 수 있다. 다음에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정신분열증이다. 이 병은 심한 정신병으로 가장 큰 특징이 자기 머릿속에 자기자신만 통하는 세계를 만들어 놓고 그 속에서 사는 것이다. 그러니까 실질적인 현실은 무시하고 마음속 현실에서 사는 것이다. 그 속에 있는 사람들과 늘 대화하고 있기 때문에 마치 말 없는 사람으로 보이지 본인의 머릿속에서는 열심히 말을 주고받고 있다. 때로는 이것이 옆에 있는 사람한테 혼자 지껄이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환청, 즉 헛소리가 들리며 그 소리와 말을 주고받는 현상이다. 이렇게 자기 마음속에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살게 되면 현실 세계와 현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끊어져 외톨이가 되는 것이다. 세 살 이전부터 말을 못하는 경우에는 벙어리나 귀머거리 같은 신체적 문제가 아니면 자폐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말을 안 하는 것 이외에 주위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못하고 말 없는 외톨이가 된다.다음에는 외톨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앞에 말한 심한 우울증, 정신분열증, 자폐증 외에 대인공포나 불안공화증이 있는 사람들은 사람과 만나기를 두려워하고 남과 대화하는 것을 피해 외톨이가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성격장애 중 하나로 대인회피성격장애증이 있어도 사람을 피하기 때문에 외톨이가 될 수 있다. 또 편집증이라는 정신병 중에 피해망상이 있는 사람은 남이 나를 해치려한다는 망상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을 피하게 되어 외톨이가 될 수 있다.

버지니아대학 총격사건의 주인공인 조승희 학생은 어려서부터 말이 없는 외톨이였다고 한다. 이 학생은 어려서부터 자폐증의 가벼운 형태인 ‘아스퍼거의 병’이라는 것을 갖고 있다가 십대에 가서 정신분열증을 겸하게 된 것을 보인다.상담자의 자제분 경우 중학교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봐서 자폐증은 아니다. 대인공포증이나 성격장애는 자기가 필요한 일들은 거의 해내기 때문에 대인공포증이나 성격장애 같지도 않다. 많은 정신문제와 정신병이 십대에 발병하기 때문에 전문 정신과의사에게 상담하는 것이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