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국광 <제생당 한의원장>

여성의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전의 분비량이 감소하면서 신체적, 정신적 변화가 오는 현상을 ‘폐경’이라 한다. 주로 45~55세의 여성들이 겪는 폐경의 발단은 난자 생성 중단이다.

난소에서 난자 생산을 중단함에 따라 자궁이 월경을 준비할 때 필요한 여성호르몬 분비가 억제되는 것이다. 인체의 내분비계열은 항상 일정한 균형에 맞춰 운영된다. 따라서 여성호르몬의 생성이 중단되면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기타 성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한다. 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뇌하수체 호르몬의 일종인 고내도트로핀(Gonadotropin)이 증가
하면서 생성이 중단된 여성호르몬 대신 남성호르몬의 생성이 활성화된다. 일반적으로 성에 상관없이 여성과 남성 모두 에스트로전(여성호르몬)과 앤드로전(남성호르몬)을 생성한다.

여성호르몬의 생성이 중단된 상태에서 남성호르몬의 생성이 증가되면서 폐경기 여성의 내분비계열은 급격한 혼란을 겪게 된다. 인체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인한 폐경기 증상은 개인에 따라 보통 2~5년 정도 지속되는데 폐경기 여성 중 약 25%는 의료진을 찾아야 할 정도로 증상이 심하기도 하다.
일반적인 폐경기 증세는 열이 위로 오르고 땀이 많이 나며, 질 건조증과 질염이 쉽게 생기고 요도와 방광의 변화로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 또 피부가 건조해 지며 특히 두피의 건조로 머리카락이 잘 빠지게 된다.

정신적인 증상으로는 기억력 쇠퇴, 집중력 저하, 성욕감퇴 등이며 신경이 불안·초조해 지고 화를 자주 낸다. 신진대사에도 변화가 생겨 뼈의 칼슘 손실로 인한 골다공증 증세가 나타나고 혈압이 높아질 수 있으며 콜레스테롤 등 기타 혈액 지방의 혈관 축척이 쉬워 동맥경화와 심장
병 등 혈관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전통 한의학에서 폐경을 40대 후반 여성의 신체적 변화가 신장의 기가 허해지는 데서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허약해진 신장의 기는 중과 인맥, 2개의 주된 경락이 다른 모든 음기 경락과의 연결을 약화시키거나 끊어 월경의 주기가 불규칙해지고 마침내 중단되는 원인이 된다.

증상과 치료
1. 신장의 음기 부족과 심장·간장의 양기가 높을 때: 열이 오르고 진땀이 나며 어지럽고 혼돈이 오며 불안과 불면증, 요통, 무릎이 허약해지고 귀가 울리고 입이 마르고 혀는 붉고 맥은 약하고 빠름. 치료원칙은 신장의 음기를 올려주고 심장과 간의 열기를 없애준다. 생지, 백약, 여
정자, 국화, 황금, 산조인, 방근 등을 사용한 탕약처방.

2. 신장의 음과 양기가 부족할 때: 오한이오고 손과 발이 차며 열기가 얼굴로 오르고 요통이 있고 밤에 소변을 자주 본다. 혀는 창백하며 깊고 벌레가 기는 것 같은 맥이 잡힘. 치료 원칙은 신장의 양기를 올려주는것. 숙지, 황육, 구기자, 육계, 부자, 선령피를 사용한 탕약처방.

폐경기 여성의 76%는 특별한 치료를 필요치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별다른 치료 보다는 폐경기를 맞은 여성의 주위 가족이나 친구들의 관심과 도움, 이해가 좋은 치료제 역할을 하니 주위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폐경을 평생 살아가며 꼭 넘어가야 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자세 또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