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 급료와 부정
■ 업무 전결 한계 규정
나는 내 자신을 제한적이라 했다. 내가 비서실장으로 부임해 업무를 살펴본 결과 비서실장이 결재자의 한 사람으로 마음먹기에 따라 총장 명의로 인사나 재정 지출을 전결할 수 있었다. 나는 나 자신을 결재자가 아니라 참모들의 협조를 확인하는 조정자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참모총장의 승인을 얻어 참모회의를 거쳐 업무 한계에 대한 규정을 제정해 비서실장을 조정자로, 그리고 사건의 경중에 따라 일반 참모나 차장의 전결이 되도록 하였다.
내가 비서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기간은 불과 5개월이었으나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그중에 아직도 인상에 남아있는 일이 있다. 하루는 총장이 나에게 비서실장 대신 부산에 내려가 일선 전투병의 간식용 건빵을 만들어 보라고 요청했으나 나는 경제 문제에 취미도 없고 또한 그 길에 문외한이라고 사절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준장 승진과 함께 친구가 맡고 있던 군수국장 자리를 요청받고 사절해야 했다. 군수문제의 중요성을 짐작케 하는 내용이나 반면 나 자신이 까다로운 사람으로서 인식됐는지도 모른다.
■ 생활비 못 따라가는 장교 보수
비서실장으로서의 또 하나의 기억은 전쟁 때의 우리 장교들의 생활 문제 해결 방안이었다. 우리 장교들은 가족 부양의 직접적 책임이 있으므로 그들의 생활은 군정시대부터 지휘관들의 문제가 돼 있었다. 일제시대의 군 경력자들은 장교의 덕성이 청렴결백을 숭상케 하며 경제적인 관심은 환영받지 못하는 태도로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청렴결백이 지나친 물질 숭상의 태도를 경계한 것이지 불가능한 생활을 참으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군정 초창기를 지나자 우리 장교들의 가족생활은 어려워져 군을 통한 구제품 배급이 그의 일부를 보충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한민국이 수립되면서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 군의 장교뿐만 아니라 일반 관리들의 급료체계도 같았다. 이것이 군의 부정의 온상이 되었으며 독립된 정부가 왜 과감하게 이를 해결하지 못하였는지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일반병의 보수도 일용 소비를 충족시키지 못함은 마찬가지였으며 개인 보수에 포함시킬 수 있는 치약 치솔도 관급해야 되고 휴가를 위한 철도 사용을 위해 관용철도가 운영되었다. 이러한 개인적 경제면의 취약성은 전쟁을 통해 군수물자의 유용과 전투 지역에 있는 개인 소속 산야의 훼손을 가져오게 되었다.
■ 부하 생활을 고민하는 참모총장
전쟁 당시 민간차량의 운영은 군으로부터 유용되는 군용차와 휘발유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하였다. 심지어 탄피 없이는 불고기 판도 사용 못 할 지경이었다. 젊잖게 이야기하면 당시 전쟁을 목적으로 원조된 군원이 민사원조로 전환되는 결과가 되었으며 이도 제도를 통한 공개적 전환 대신 개인적이고 부정한 과정을 밟게 되었으며 이 사정을 군에서는 후생 사업이라 이야기했지만 말하자면 국가재정과 군수품의 부정유출 결과가 되었다. 청렴하다 평 받은 총장이 이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
한번은 수석 고문단장과 총장간의 상의를 위한 좌석에 동참한 일이 있었다. 총장은 부하들의 복지를 위해 고문단장은 군원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 군 보유 차량을 얼마나 사적 복지용으로 사용을 허가하느냐로 토의가 되었다. 정부에 대한 건의는 자기들의 힘 밖이라는 결론을 얻었으나 군 장교들의 복지를 위한 차량의 필요량을 결정짓기 어려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상을 벗어난 일이었으나 당시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 경제적으로 풍부해진 오늘에도 경제적 비행이 근절 되지 못함을 보며 또한 일반 사병들의 처우가 문제되고 있음을 보면서 옛일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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