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검은 차 속에 지나가는 대통령을 수차례 보아왔지만 한 번도 얼굴을
본적이 없다. 강제동원 되어 수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려도 차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때로는 분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어린이들은 한결같이 대통령이 되는 꿈을 꾸며 자랐다.
경무대에서 하야하는 초췌한 대통령의 짧은 연설을 들으며 한시대의 권자의 슬픔과 고뇌를 느껴야만 했다. 검은 안경을 즐겨 쓴 장군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 것부터, 측근 각료의 총격으로 쓰러지는 비극을 눈앞에 보기도 했다. 이를 지켜봤던 어린이들은 자랐고 새 꿈을 갖고 조국을 떠나갔다.
그리고서 다섯 사람이 대통령의 옷을 입었다. 그 영욕의 자리는 수레바퀴처럼 돌아서 이제 다시 한 번 새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4.19 묘역이나, 광주에 묻힌 조국의 장한 열사들의 영혼이 이를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조국을 등졌다는 아픔 속에서도 잊지 못해 하는 조국강산과, 책가방을 든 채, 하얀 실습 가운을 입은 채 거리에서, 차가운 땅바닥에 앉아서 조국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 최루탄 개스가 아니어도 흘린 눈물을 기억하면서, 오랜 세월 외로움 속에 타향살이를 하는 우리 모두에게 조국은 이제 눈부시게 다가오고 있다. 또 똑같이 길에 서서 보이지 않던 대통령을 기다렸던 그들이 자라서 이제 그 꿈을 이루려 하는 것이다. 조국의 역사를 짊어지려함에 찬사와 격려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두리범벅이 된 후보자들의 얼굴을 보면 바로 우리의 얼굴이 아닌가. 이제는 그럴 리가 없겠지만 바로 그 대통령이 되고 싶었던 그 꿈꾸던 어린이들.
운하를 놓아 산간벽지에도 경제와 문화가 들어가게 한다는 생각은 설령 실용성이 없다 해도 가슴을 뛰게 한다. 극동 러시아를 개발하여 동해 산업
부흥을 열고자 하는 구상과, 서해를 열어서 동남아의 허브를 만들고자 하는
일련의 기획은 조국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신나는 일이다.
서로가 잘잘못의 과거를 안고 있는 모두가 깜짝쇼가 아닌 진실한 마음으로 불구자와 가난한 가구를 방문하며, 생선가게 주인의 냄새나는 손을 덥석 잡고, 허탈해하는 농부를 따뜻이 안아주는 모습이 선거전이나 이후에도
똑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일까.
정치가는 입으로 산다고 하지만, 발과 손으로 살아 주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별나게 언변이 좋은 사람들을 보면서 그 화려한 입술만큼 뜨거운 마음과 정성이 따라갈까 의구심이 생겨남을 나무랄 수가 없다. 어수룩한 사람이 매듭진 손과 부끄러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꿔가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냄새나는 개울에 맑은 물이 흐르고 은어가 헤염쳐가는 자연과, 어린이는
자라서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꿈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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