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철수 (usabriefing.net 주필)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대통령 후보 지명을 향한 첫 번째 관문을 거뜬히 통과했다. 1월 3일에 거행된 아이오와 주 당원집회들(caucuses)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비롯한 다른 민주당 후보들을 가볍게 제친 것이다.
야구로 치면, 1회전이 끝난 정도이므로 아직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을 예언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백인 인구가 93%나 되고 흑인 인구는 4%밖에 안 되는 미국 중서부의 농업 지대에서 흑인인 오바마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몇 백 년 동안 내려온 흑인 차별이 많이 철폐된 지 수십 년밖에 안 되었는데, 미국은 그 후 정말로 크게 달라졌는가? 놀라운 일이고 믿기 어려운 일일지 몰라도, “그렇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미국 백인들 중에 인종 차별을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백인들, 특히 요즘 젊은 세대는, 흑백 문제에 있어서 색맹이다. 실력과 인품이 중요하지 피부색 등 다른 것은 별로 가치가 없는 것이다.
아이오와 주 당원 집회의 결과를 보고, 백인 유권자들 중에는 훌륭한 흑인 정치가를 모셔 받들어 나라의 중책을 맡기려고 하면서 그런 일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흑인을 노예로 부리던 추악한 역사를 바탕으로 생각할 때, 그러한 수치스러운 과거를 씻어 버리는 데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기에는 경력이 너무 짧다는 말을 오바마에 대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의 인품, 학력(명문 하버드 대학의 로스쿨 출신), 정치 경력이 모두 훌륭하다고 지적하는 소리도 많다.
오바마의 아버지는 케냐에서 미국으로 유학 왔다가 케냐로 돌아간 사람이고, 어머니는 캔자스 주 출신인 백인이다. 어려서 인도네시아에서 지낸 적도 있는 오바마의 이러한 배경을 가리켜 ‘글로벌’(global) 시대에 미국을 이끄는데 적격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 씨는 오바마의 승리를 “정치적 지진”이라고 불렀다. 오바마의 선거 운동이 하나의 “이상주의적인” 운동처럼 보였었지만 이제는 “정치적인 몸체”를 구비하게 되었다면서, 아이오와 주에서 오바마가 이긴 것은 “의미가 대단히 큰 순간”을 뜻한다고 논평했다.
21세기를 사는 한국인의 인종관도 많이 달라지고 세련되어 가고 있지만, 흑인 뿐 아니라 여러 다른 인종을 평등하게 대할 줄 아는, 올바른 자세를 배우는데 있어서 미국의 변화도 참고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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