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군수 참모부장(7)

일당 독재라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 국민의 자유 활동이 보장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우리 일행은 귀빈 취급되어 쌍십절 사열대 상에서 바로 장개석 총통의 뒤에 앉게 되었다. 대만의 군 행렬은 한국보다 약간 길었으며 약 두 시간이 넘는 사열이 계속되었다. 사열 중 장 총통은 일반 관객은 앉게 하고 자기만 홀로 두 시간을 바른 자세로 서있었다. 역시 군인 출신임을 느끼게 했다. 또한 지도자로서의 인덕을 감지케 해주었다. 식이 끝난 후 우리 일행은 총통 관저를 예방해 한 사람씩 총통실에 들어가 그와 악수를 나누었다. 대기실에서 순번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중국 차에 왕만두 한 개씩의 대접을 받았다. 우리가 장 총통과 악수하는 방에는 장 총통의 부인 송미령 여사가 맞은편 의자에 앉아 있었으나 악수에는 참여하지 아니함이 동양식이었다. 나는 이 사열식과 대면을 통해 장 총통의 소박한 삶과 그의 인격이 심상치 아니함을 느끼게 되었다. 후일 그가 준 친필 서명의 총통 사진은 아직도 나의 집에 걸려 장 총통을 만난 기억을 되새기게 해주고 있다.
나는 여러 장군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이 화려한 삶은 하고 있지 못할망정 자기 월급으로 생활과 자녀 교육 정도는 가능하며 적으나마 약간의 저축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부 여러 부처를 순시하는 동안 그들의 통계와 보고가 정직하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으나 총통 관저와 부총통의 사무실을 방문하면서 대만 정부의 정직성에 대한 확신으로 변해갔다. 내가 병기학교를 방문한 때다. 구식 장비와 기계들이 본토 철수 시 가져왔노라고 보여주었다. 근무병들은 본토에서부터 병기창에서 근무하던 10년이 넘은 사병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장비는 헐어 보이나 기술자를 포함해 자립되고 있는 병기창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국의 병기창에는 대만에 비해 신식 미국 장비가 사용되고 있었다. 낡은 건물 안에는 대만 병기창에는 없는 짐을 전송하는 컨베이어 벨트가 있었으나 일관 작업에 지장을 주는 부족한 장비가 있었고 우리는 사병이 불과 1년이면 하사관이 되나 그들은 높은 봉급에 매혹되어 민간 기업으로 떠나가는 경향으로 한국군은 기술자를 잡기 위해 안간 힘을 다하고 있었다.
병사들의 생활도 질은 얕았으나 생활환경이 조리 있게 정리되어 있었다. 우리는 대만 사병이 카키색 면으로 된 군복에 운동화를 신게 되어 있었으나 교대용이 지급되어 있었고 치약 치솔을 포함, 휴가비를 자비로 지출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 병사들은 미국 원조로 들여오는 사지복에 낙하산 가죽 군화를 지급케 되어 있었으나 그도 교대용 지급이 부족하였고 치약 치솔도 관비로 지급하며 월급 부족으로 휴가도 군용차를 이용해야 될 실정이었다. 말하자면 대만 군대는 질은 얕아도 각자가 자립할 수 있는 질서가 서 있는데 비해 우리는 너무 군원에 의지되는 값싼 군대로 형식적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과거 본토에서의 국부군의 부정직한 군대로서의 험담을 많이 들은바 있었다. 예를 들면 쌀 부족을 메우기 위해 부대에 지급되는 쌀에 모래를 넣어 절취한 양을 보충한다든지 모포의 분실분을 보충키 위해 야밤 점호 시 점호가 끝난 곳에서 모포의 일부를 점호가 끝나지 아니한 곳으로 보내 원수를 채우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 군대의 부정과 부패가 싹트고 있었으나 아직은 초기이기에 교정 가능한 여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 대만에 와서 생각을 다시하게 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