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겨울의 한복판에 와 있다. 아침부터 뿌옇게 흐린 하늘이더니 갑자기 세찬 바람과 함께 하얀 눈발을 내리기 시작한다. 잠시 주춤하고는 또 다시 폭설로 변해 한참을 뿌려대고는 뚝 그쳤다.
순식간에 차에 얹어진 눈을 치우느라 땀을 흠뻑 흘리고, 큰길의 눈 들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난 스파로 달려갔다. 운동도 부지런해야 한다고 부지런을 떨면서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하루를 시작한다. 실은 은퇴 후 하루 종일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 속에 서로의 취미생활을 적절히 이용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지만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즐긴다.
황혼이 지고 뿌연 밤이 깔리기 사작하는 걸 보면 겨울 해가 정말 짧다. 계절이 변화(사계절)를 일으키듯 우리들의 삶 또한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세월의 힘은 속이지 못해 얼굴엔 잔주름이 늘어가고 가능한 외적인 면에 무관하게 편안한 삶을 즐기려고 노력하지만 때로는 어려움이 슬그머니 내 곁에 찾아와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철저히 아침에 살아있음에 기쁨을 느끼며 저녁에 이불속에 들어감에 감사하며 지내는 일상이 행복함이요 축복이 아닌가.
오늘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방안의 공기가 썰렁하니 냉기가 확 돈다. 깜짝 놀라 지하실로 내려간 남편은 히터가 고장 났다고 서두르고, 난 불현듯 떠오르는 그 옛날의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꺼진 연탄에 불붙여놓고 냉방에서 떨며 불이 피기까지 기다리다가 방 한쪽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오면 마음마저 훈훈해지던 그 때가 언제였던가. 연탄은 활활 타지만 웃풍이 센 방에서 자던 어린 시절의 아릿한 추억과 추운 겨울 밤 화롯불에 손을 호호 불면서 고구마랑 밤을 구워주시며 옛날 얘기를 들려주시던 어머니가 마냥 그리워진다. 요즈음은 오븐에 고구마를 구워 먹을 때면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과 함께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른거려 안경에 서리는 김 뒤에는 눈시울에 흐르는 눈물이 있다.
향이 가득한 커피를 타서 마시니 그 따뜻함이 손길을 타고 오르며 마음은 어느 사이 발랄한 생동감으로 꿈틀거린다. 고장 났던 히터는 기술자의 도움으로 방안 가득 더운 공기를 뿜어대기 시작한다. 우리의 삶에도 한 겨울에 히터가 고장 난 것 같듯 하나의 가치에 열심히 매달려 있다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우울함 속에서 한참을 허우적대며 방황하는 마음의 온기가 꺼지는 날이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무던히 마음을 다스려 다시 불을 피워 올려야하는 노력의 날들이기를 바란다.
순간 어느 책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난다. “마음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재산이다. 생각은 우물을 파는 것과 닮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흐려져 있지만 차차 맑아지고 있음을…”
날씨가 추울 때는 따뜻한 불이 그립듯 마음이 추울 때는 따뜻한 인정 또한 그리워지는 것. 마음의 추위는 어떻게 해서든 달래져야만 한다. 배고픔에 장사가 없듯 추위에도 장사가 없지 않은가. 이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따뜻한 온기를 조금만 세상에 나누어준다면 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 될 것이라 믿는다.
유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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