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우리조국의 혼과 기상을 상징한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이 화재로 전소됐다는 비통한 소식을 들었다. 불에 타 처참하고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장면을 인터넷과 신문으로 접하며 참담한 심정이었다. 시커멓게 다 떨어져버린 서까래, 누각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모습보다 한국의 상징적인 국보(國寶)가 무너졌다는 사실이 엄청난 충격과 아픔을 느끼게 한다. 시간이 지나며 이제는 상실감으로 마음이 점점 가라앉는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보고 가는 숭례문은 정녕 한국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는 보물이 아니었던가. 숭례문은 1398 년에 완공된 서울 4대문의 하나로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6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우리의 보물이고 자존심이었던 숭례문.
이제 숭례문 앞에는 추모객이 끊이지 않고 화재현장에 놓인 하얀 국화송이가 더욱 쓸쓸함을 던져주고 있다. 생명이 없는 대상을 이례적으로 추모하는 것도 역사적 건물이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소싯적 학교 다닐 때 버스를 타고 등하교할 때 늘 숭례문 앞을 지나다녔다. 그때는 그저 평범하게 보였던 숭례문이 이제는 역사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을 보며 감회가 새롭게 느껴진다. 언론에서는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고 하니 더욱 안타깝다. 예고된 참사, 대비책 하나 없는 문화재 관리 소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6년에 제작된 실측도면을 근거로 복원이 가능하다니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600년의 숨결이 그대로 재현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삶의 긍지를 잃었다는 한국인의 비통함은 한국을 넘어 해외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에게도 큰 비애로 다가온다.
70대의 방화 피의자는 개인적으로 국가에 대한 증오를 국보 1호에 대한 테러로 표현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부른 처참한 결과다. 개인의 가슴에 자라기 시작한 작은 증오심이 얼마나 주변사람들과 주변 환경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 세상 그 어느 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 인간의 생명도 유한하고 아무리 돌로 견고히 지어진 건물이라도 세월이 가면 비바람에 마모되며 사라지기 마련이다. 세상살이는 기쁨보다는 역경과 불행한 일이 더 많다. 그래도 인간은 ‘희망’을 품고 내일을 설계한다. 누구나 사람은 불만이 있고 공허하고 허전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자신의 마음 속 허망함을 무엇인가로 채우려고 하다보면 망상을 따라가기도 한다. 세상이 아무리 혼탁하게 흐르더라도 정신세계만은 하늘을 우러러 보며 범사에 감사하며 겸허한 마음을 가져야겠다. 숭례문 전소를 지켜보며 사색에 잠겨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