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상에 오른 맨U 선수들이 우승컵을 앞에 놓고 환호하고 있다. 경기 엔트리에서 제외돼 유니폼대신 흰색 팀 자킷을 걸친 박지성의 모습도 왼쪽에 보인다.
맨U 위업 달성 박지성은 결장
모스크바 현지시간으로 22일 새벽 1시30분. 승부차기 5번째 키커로 나선 팀 캡틴 존 테리가 킥하는 순간 비로 젖은 그라운드에서 스탭이 미끄러지면서 볼은 골포스트를 스치고 빗나갔고 그와 함께 첼시의 사상 첫 유럽 정상등극 꿈도 허공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벼랑 끝에서 홀연히 찾아온 기적의 생명줄은 붙잡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U)는 7번째 승부킥에서 골키퍼 에드윈 반 데 사르가 첼시 키커 니콜라스 아넬카의 킥을 막아내 행운의 승리를 거두고 사상 3번째 유럽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라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이어 ‘더블’ 위업을 달성해냈다.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스테디엄에서 벌어진 2007-0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맨U는 같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라이벌 첼시와 연장까지 120분 혈전을 1-1로 마친 뒤 승부차기에서 6-5로 드라마틱한 승리를 거두고 통산 3번째 유럽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아시아선수로는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무대를 밟을 것으로 기대됐던 맨U의 박지성은 스타팅 11은 물론 후보엔트리 7명에서도 제외돼 정장을 한 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고 팀이 행운의 승부차기로 우승을 차지한 것에 만족하고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최후의 순간 승자와 패자가 눈 깜짝할 새에 뒤바뀐 한편의 드라마였다. 승부차기에서 선축을 한 맨U는 3번째 키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첼시 골키퍼 페테르 체흐에 막힌 반면 첼시는 첫 4명의 키커가 모두 자신의 킥을 성공시켜 팀 역사상 최고의 승리를 눈앞에 뒀다. 승부차기 4-4에서 5번째 키커 테리만 성공하면 우승컵을 품에 안고 끝없는 열광과 환호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었다. 맨U에게는 절망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첼시에게 다가온 운명은 잔인하고 가혹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이기도 한 테리는 반 데 사르를 완전히 반대쪽으로 따돌리고 골문 오른쪽을 겨냥했는데 킥 순간 스탭이 미끄러지면서 발에 맞은 볼이 텅 빈 골문을 벗어나 손안에 들어왔던 승리를 날려버렸다. 승리의 환호로 폭발직전이던 첼시는 순식간에 엄청난 충격 속으로 빠져들었고 잠시 후 7번째 키커인 아넬카의 킥이 반 데 사르에 걸려 패배가 확정되자 할 말을 잃은 채 망연자실 상태로 빠져들었다. 반면 99% 패배 직전에 마치 운명처럼 다가온 생명선을 붙잡고 탈출한 맨U는 열광, 또 열광했다.
예상을 깨고 원래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인 오언 하그리브스를 박지성의 위치인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내보낸 맨U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카를로스 테베스-웨인 루니-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스리톱을 가동시켰고 초반 분위기를 주도했다. 전반 16분 호날두의 왼쪽 돌파에 이은 위협적인 크로스로 포문을 연 맨U는 전반 26분 첼시 오른쪽 코너지점에서 폴 스콜스와 절묘한 2대1 패스로 공간을 확보한 웨스 브라운이 골 정면으로 올린 크로스를 순간적으로 마크맨 마이클 에시엥을 떨쳐낸 호날두가 솟구쳐 오르며 날카로운 헤딩슛으로 선취골을 뽑았다. 체흐가 몸을 날릴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전광석화 골이었다.
하지만 실점 후 첼시는 공세로 전환,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전반 종료직전 행운의 바운스에 힘입어 동점골을 뽑아냈다. 에시엥이 시도한 25야드 중거리슛이 2차례 수비수 몸에 맞고 페널티박스 안쪽에 떨어지자 마침 근처에 서 있던 프랭크 램파드가 뛰어들며 가볍게 차넣어 균형을 맞췄다. 이후 첼시는 후반 거의 일방적으로 맨U 문전을 위협했으나 후반 33분 디디에 드로그바의 오른발슛과 연장 전반 4분 램파드의 왼발슛이 잇달아 골포스트와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온데 이어 우승을 결정지을 페널티킥에서 테리의 스탭이 미끄러지는 등 잇단 불운이 겹치며 모스크바에서 통한의 눈물을 뿌리고 말았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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