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석(정신과 전문의/정신분석의)
질문: 남편은 중년이고 그로서리를 운영하고 있다. 약 3년 전부터 술을 거의 매일 저녁 마신다. 집에 와서 또 소주를 마시고 취한 다음에는 마구 욕을 하고, 조금 말대꾸를 하면 때리고 부순다. 술을 마시지 않을 때에는 조용하고 가족에게 잘한다. 술이 과한 것에 대해 치료를 받으라고
권했으나 자신은 술 문제가 없다며 부인한다.
답변: 질문 내용으로 볼 때 남편은 분명히 술 문제가 있다. 술 중독 환자를 다룰 때 제일 힘든 것이 부인(Denial)인데, 환자 대부분이 무의식적 반의식적인 현상으로 자신에게 술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인한다.
또한 자신이 마시는 술의 양을 솔직히 말하는 사람이 없고, 소주 2병 마시는 이가 2잔정도 마신다고 하거나 매일 마시는 이는 어쩌다 한 잔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일부러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Denial/부정’이라는 심리 현상에서 오는 것으로 이것이 치료를 받으러 오는 데에 걸림돌이 된다.
자신의 술 문제를 보게 되면 자신이 얼마쯤이라도 인정하게 되면 치료는 절반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배우자가 쉽게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 부인들은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이혼할 수밖에 없다고 협박도 하고 애정을 호소하기도 하면서 남편 또는 아내가 치료를 계속하도록 강요한다. 이때 자녀들이 어머니와 합세해서 설득하면 좀 더 효과가 있는 경우가 많다.
치료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이 깨닫는 것이다.
어떤 이는 밤중에 술 취한 김에 집안 살림을 때려 부수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가 아침에 깨어나서 누가 남의 집 살림을 이렇게 부셨느냐고 큰 소리를 쳤다가, 바로 자기 자신이 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기가 차해 하면서 치료를 받겠다고 찾아오기도 한다. 술로 인해 직장에서 해고당하거나 길에서 행패부리다가 경찰에 붙잡혀 철창신세를 지는 경우도 정신 차리는데 도움이 된다. 음주 운전으로 걸려도 많은 사람들은 ‘재수’가 없어서라고 말하지 자신이 술 많이 마셔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는 이는 거의 없다. 음주 운전으로 여러 번 걸린 이도 마찬가지이다.
일부 사례에서 볼 때 많은 이들이 자신이 먼저 상담 치료를 시작해 배우자를 유도하는 방법을 택한다. 술에 중독된 배우자에게 치료를 받으라 하면 대부분 상대에게 오히려 네가 미쳤다고 하기도 한다. 치료로는 근래에 좋은 약들도 많이 나와 있고 무엇보다 카운슬링을 계속해 술 문제가 일종의
병이며 자신이 왜, 언제 술을 마시며, 마시는 과정이 어떤지, 마신 후의 일까지 되돌아보도록 도와줘야 한다. 좀더 이상적인 조언을 하자면 약을 쓰면서 계속 상담 치료를 하면 건전하고 건강한 심신으로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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