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이맘때가 문제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밤잠이 들 때까지 “더워~!”를 입에 달고 산다. 하루 종일 에어컨이 돌아 냉랭한 실내에 있지만 외출을 위해 차까지 잠시 걸을라치면 바늘 같은 햇볕 때문에 온몸이 따끔거린다. 올해는 더위가 유난히 빨리 시작되고 이상고온이 이어지는 바람에 몸도 마음도 더 빨리 지친 듯싶다. 그래서인가? 주위에서 “요즘 통 입맛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러나 덥다고 찬 음료만 들이키다 보면 이대로 입맛 찾기는 더 요원해진다.
덥다고 더위를 피할 궁리만 하지 말자. 생각을 조금만 돌려 더워도 좋고 서늘해도 좋은 곳, 해 나도 좋고 비 와도 좋은 곳을 찾아 보자. 이를테면 ‘정자’ 같은 곳 말이다. 기자가 찾은 곳은 N. Lamar에 자리한‘Teriyaki & Grill(주소 9616 N. Lamar Blvd. Suite 168)’이다.
이 식당은 여느 식당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데리야끼와 한식, 중식 그리고 스시가 중심인 메뉴나 별다른 장식 없는 홀과 깨끗한 탁자, 의자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는 공간 모두가 흔히 만날 수 있는 식당 중 하나다. 그런데 왜 이 식당을 돌아나오면서 ‘정자’가 떠올랐을까? 거기서 만난 박귀근 사장 부부 때문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 지난 99년 1월, 어스틴으로 이민 와 친누나의 일을 돕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식당까지 차리게 됐다는 두 사람은 이 식당을 5년 째 같은 자리에서 운영하고 있다. 고생한 만큼 보람도 있었다고 말하는 박사장의 아들은 군인으로 현재 아프카니스탄에서 근무 중이고 둘째인 딸은 오는 8월, 보스턴에 있는 Wellesley 대학(힐러리 클린턴이 졸업한 명문여대)에 전액장학생으로 진학한다. 이렇게 자녀들이 모두 떠나자 박사장 부부는 지난 5월부터 야식 중심으로 영업시간을 기존의 10시 30분에서 새벽 2시까지 연장했다.
스시맨 경력 10년의 박귀근 사장은 “주문을 조금 늦게 내오더라도 정성껏 요리합니다. 최상, 최선의 재료로 정성을 다해 대접하자는 것이 처음 가게를 시작하면서 제 자신과 했던 약속이며 믿음이지요.”라며 무엇보다 ‘신선한 재료와 정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고객층인 외국인들은 주로 데리야끼를 많이 찾는 반면 한국 손님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는 아구찜($18.99), 자장면($6.99), 짬뽕($7.99), 감자탕($5.99) 등이다. 한 번 먹어본 이들은 감탄을 마지 않을 정도로 한국 자장면, 짬뽕맛에 가깝다고 한다. 또한 Lunch Special은 매일 오후 2시 30분까지 적용되며 불고기($7.99), 찌개($6.95) 등과 각종 스시류($6.99)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인터뷰 끝에 박귀근 사장은“지금까지 찾아주시고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 특히 오늘이 있기까지 항상 힘이 되어주신 하나님과 예수찬양교회 안일용 목사님 부부, 누님께 감사 드린다”며 감사를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자주 찾아오지 않는 기회에 가게 홍보는 뒷전이고 고마웠던 사람들에 대한 감사로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두 부부를 만나고 나오는데 ‘참 느리다’는 여운이 남았다. 모두가 바쁘고 속도가 생명인 시대, 저마다 자기 잇속 차리기에 바쁜 이 사회에서 만난 두 사람은 말 그대로 ‘정자’처럼 여유 있고 편안했다. 은 이 편안함 속에서 좋은 사람과 맛난 음식을 함께 하며 가슴 속 이야기를 늦도록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영업시간은 월요일~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며 일요일은 쉰다. 문의 전화 512-821-1089
<어스틴 지국=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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