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에서 수박을 반으로 잘라 파는 이유는 잘 익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닮음 비(比)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다.
10달러를 가지고 수박을 사려는데, 반경 10인치 짜리 반 토막 수박이 2달러이고, 반경 20인치 짜리 통 수박이 10달러라면 어떤 것을 사는 것이 이익일까?
반으로 갈라 놓은 10인치짜리 5개를 구입하는 것이 좀더 싸게 느껴지도록 만든 것이 상술이다. 하지만, 수학에서 닮음비가 1:2이면 부피의 비율은 1:2의 3제곱인 1:8이 된다. 즉, 반경 20인치 수박과 동일한 부피가 되려면 10인치 짜리 수박 8개가 필요하다.
사회의 모든 구석에서 수학이 유용하게 쓰이지만 학교는 학생들을 제대로 준비시키지 못하고 있다. 교사양성 과정에 구멍이 뚫린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전국 교사자격 평의회가 최근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교사자격증을 발급하는 교육대학의 13%만이 예비교사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데 필요한 관련 과목들을 필수로 정하고 훈련시켜 합격 점을 받았고 나머지 87%의 대학은 부적절한 교육과정으로 낙제점을 받았다.
즉, 현직교사의 대다수가 가르치는 일을 모두 중단하고 수학을 다시 배우고 와서 학생들을 대해야 된다는 뜻이다.
준비되지 않은 교사로부터 배워 초 중고 때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수학의 기초가 대학에 진학한다고 달라질까?
미국연구소(American Institute for Research)가 대학졸업생 1,800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수학·독해·서류작성 능력 등 3가지 기초시험을 실시한 결과, 모든 항목을 통과한 대졸자는 절반도 안 됐다.
특히, 기초 수학능력 부족은 상상을 초월한다. 서비스에 대한 팁, 은행계좌의 잔고계산, 또는 자동차 개스 마일리지 환산 등에서 대졸자의 25% 이상이 기본 계산조차 해내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를 지낸 수잔 제코비가 지적한 “미국인은 바보가 되고 있다”는 사회적인 질병을 실감할 수 있는 결과다.
이런 열악한 교육환경에도 불구하고 한인 학생들이 수학에는 비교적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들이 수학을 잘한다는 말에는 수리계산과 암기에 능하다는 뜻은 포함되어도 수학이 지닌 논리를 언어로 추론해서 조리 있게 표현하는 능력은 빠져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집을 짓기 위해 세우는 발판 구조물인 비계(scaffolding)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발판 골격만 만들어 놓은 것을 가지고 집을 완성했다고 볼 수 없으며, 집이 완공된 후에는 발판자체는 쓸모가 없어진다.
여름방학 동안 ‘수학정석’을 떼는 것에 흡족해 하는 것은 공식과 방정식을 외어 답을 이끌어 내는 방법론에 그치는 것으로, 발판 구조물을 만들어 놓고 만족하는 것과 같다.
수학자로서 1950년에 노벨 문학상을 탄 러셀은 “수학이란 같은 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는 예술이다라고 피력했다. 즉, 수학은 언어 사용과 밀접하여, 궁극적 목적은 수리를 통한 자아표현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1+1=2라는 방정식은 수학적으로 정확하지만, 눈물 한 방울에 다른 한 방울을 더하면 두 방울이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숫자라는 도구는 현상자체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개념표시에 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과 2개가 있다고 치자. 그것은 둘이라는 개념만 우리에게 나타낼 뿐 사과의 색깔, 맛, 형태, 재배 및 유통과정, 값 등을 말하지 못한다.
즉, 2라는 숫자는 사과 본질자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성적표에 나타난 점수도 마찬가지로 학생의 본질, 성격, 인간성 등을 드러내지 못한다. 드러낸다고 믿는 사람은 반쪽 수박 5개를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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