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친구도 다녀온 길이라던데…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친구가 전날 가보고 좋다고 해서 아침에 나간 모양인데... 철조망이나 안내문구는 아무것도 없었대요.
금강산 관광 도중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박왕자(53.여)씨의 유족들은 박씨뿐 아니라 함께 여행한 박씨의 친구도 하루 전 사건 장소 부근 해안을 다녀온 적이 있다고 13일 전했다.
박씨의 언니(55)는 어제 같이 여행간 친구들이 조문하러 와서 이야기를 들려줬다며 친구 중 한 명이 사건 전날 그 길을 산책했는데 백사장을 따라가다보면 왼쪽에 시멘트로 된 길이 있고 그 위에 냇물이 흐른다고 하더라. 철조망이나 안내문구가 전혀 없어서 그 길을 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전혀 안들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함께 금강산 관광에 나선 친구 3명은 박씨와 중학교 동문으로 친목 모임을 통해 오랫동안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모임의 남은 회비로 이번 여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에 따르면 이들 중 한 명이 10일 저녁 문제의 해안을 산책했는데 숙소에서는 일출이 잘 보이지 않지만 그쪽에는 다소 높은 언덕이 있기 때문에 11일 아침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춰 박씨가 사건 지점으로 갔을 가능성이 높다.
박씨 언니는 동생 친구들이 돌아와 뉴스를 보고 당국의 발표를 들으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분명히 철조망이 없었다고 하는데 더구나 치마까지 입고 철조망을 넘어갔다고 발표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는 올해 초 아들 방재정(23)씨의 군 제대로 오랜만에 세 식구의 단란한 가정생활을 되찾은 지 얼마 안돼 이번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해 더욱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들 가족의 카메라에는 아들의 군 입대를 전후해 남편과, 박씨, 아들 등 세 명이 다정한 포즈로 찍은 사진이 빼곡히 차 있다.
한 유가족은 박씨에 대해 정말 얌전하고 남에게 전혀 폐를 끼치지 않는 성격이었다. 남편의 말에 따지는 일도 없고 가정적이어서 집안이 평화로웠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금강산 관광 출발부터 박씨가 지각을 하고 지갑을 잃어버리는 등 곤란을 겪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가족들은 금강산에 가지 말라는 일종의 메시지가 아니었나 싶다며 안타까워했다.
박씨 언니는 관광을 떠나는 날 동생이 매일 타던 지하철인데도 하필 그날에는 잘못 타는 바람에 늦었다고 한다. 게다가 지갑까지 잃어버렸다니 지금 생각하면 가지 말라는 계시였던 것 같다라고 눈시울을 적셨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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