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주세페 로시가 전반 15분 선취골을 뽑아낸 뒤 환호하고 있다.
아직은 아닌가.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꿈꾸던 한국축구가 강호 이탈리아에 완패하며 8강 진출도 어려워졌다.
10일 중국 친황다오 올림픽스포츠센터 스테디엄에서 벌어진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D조 2차전에서 한국은 유럽강호 이탈리아에 한 수 아래임을 실감하며 0-3으로 완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조별리그 1무1패(승점 1)로 조 3위로 떨어지며 자력으로 8강에 오를 능력을 상실했다. 2연승을 거둔 이탈리아는 8강 진출이 확정됐으며 1차전에서 한국과 1-1로 비겼던 카메룬은 이날 온두라스를 1-0으로 따돌리고 1승1패(승점 3)로 2위로 올라섰다. 이제 한국이 8강에 오르는 길은 최종전에서 온두라스를 무조건 누르고 이탈리아가 카메룬을 꺾어 골득실을 따지는 길뿐. 하지만 그나마도 현재 골득실에서 한국은 -3으로 +1인 카메룬에 크게 뒤져 있어 가능성이 희박하다. 온두라스는 2연패로 탈락이 확정됐다.
한마디로 완패였다. 박성화 감독은 1차전과 같은 4-4-2 전형을 가동했지만 신영록과 이근호를 투톱에 세우고 박주영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 김정우, 기성용, 오장은과 함께 중원을 담당시키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강했다. 탄탄한 미드필드와 디펜스로 한국의 공세를 중앙에서부터 철저히 틀어막으며 경기의 주도권을 잡은 이탈리아는 초반부터 주세페 로시(비야 레알)와 세비스티안 조빈코(유벤투스), 토마소 로키(라치오) 등 빠른 스피드와 개인기를 겸비한 공격수들의 활기찬 측면돌파로 한국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결국 경기시작 15분만에 이탈리아의 선제골이 터졌고 예상부터 빨리 선취골을 내준 한국은 더욱 급속히 흔들린 끝에 무너지고 말았다.
선제골 주인공은 로시. 로시는 문전 정면에서 로키의 슈팅이 수비수 몸에 맞고 흐르자 페널티킥 지점에서 슬라이딩하며 왼발로 차넣어 한국의 골문을 열었다. 한국은 실점 후 박주영을 오른쪽 윙포워드로 돌려 4-3-3으로 포메이션을 바꿨으나 17분 뒤인 전반 32분 이번에는 로키에게 두 번째 골을 내주면서 사기에 치명타를 입었다. 마르코 모타(우디네세)가 김동진과 김정우 사이를 돌파해 한국 오른쪽 깊숙이 파고든 뒤 중앙으로 낮게 올린 크로스를 로키가 쇄도하며 오른발 강슛으로 골 네트를 흔들었다.
한국은 전반 44분 이날 가장 좋은 찬스를 잡았으나 골포스트 불운에 땅을 쳤다. 오른쪽을 돌파한 김동진의 크로스를 박주영이 날카로운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볼이 골포스트에 맞고 나와 분위기를 반전시킬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박성화 감독은 후반들어 신영록을 빼고 백지훈, 김정우 대신 이청용을 올려 4-4-2로 회귀했지만 이탈리아의 견고한 빗장수비를 뚫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오히려 경기 종료직전인 후반 45분 리카르도 몬톨리보(피오렌티아)에게 또 한 골을 내줘 골득실에서마저 절대적인 열세에 놓이게 됐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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