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 4x100m 릴레이팀의 로린 윌리엄스(왼쪽)가 토리 에드워즈를 향해 바통을 요구하고 있지만 바통은 이미 땅에 떨어진 뒤였다.
4x100m 릴레이서 남녀 모두 바통 떨어뜨려 예선 탈락
사상 처음으로 스프린트 6개 종목서 금메달 획득 실패
세계 육상 단거리종목에서 지존자리를 지켜오던 미국의 아성이 베이징올림픽에서 무너졌다. 100m와 200m에서는 ‘괴물’ 스프린터 우세인 볼트를 앞세운 자메이카의 공세에 완패한 것은 물론 400m 릴레이에서는 남녀팀이 모두 바통터치 실패로 결승진출에도 실패하며 단거리 종목에서 전멸하고 말았다.
미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남녀 모두 100m와 200m 금메달을 자메이카에 내줬다. 역사상 처음으로 100m와 200m에서 모두 세계신기록으로 ‘스프린트 더블’을 달성한 ‘수퍼맨’ 볼트에게 진 남자 스프린트 종목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여자 100m에서 자메이카에 금-은-동메달을 싹쓸이 당한 참패는 거의 수모에 가까웠다. 자메이카는 21일 벌어진 여자 200m에서도 아테네올림픽 챔피언 베로니카 켐벨-브라운이 금메달을 가져가는 등 금과 동을 휩쓸었고 미국은 앨리슨 필릭스가 은메달로 체면치레를 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미국의 가장 뼈아픈 순간은 이날 벌어진 남자 4x100m 릴레이와 여자 4x100m 릴레이 예선에서 나왔다. 가장 현실적으로 우승가능성이 높다고 믿었던 이 두 릴레이 종목에서 미국은 남녀 모두 바통을 떨어뜨려 예선 탈락하는 믿기 어려운 결과를 받아들고 경악했다. 이로써 미국 육상은 이번 올림픽에서 스프린트 종목 6개(남녀 100m, 200m, 4x100m 릴레이)에서 단 1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했는데 이는 하계올림픽 역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오사카 세계선수권에서 100m, 200m, 4x100m 릴레이를 석권하며 역사적인 3관왕에 올랐던 타이슨 게이는 이날 마지막 주자로 나서 3번째 주자 다비스 패튼이 준 바통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은커녕 단 한 번도 결승레이스에 뛰지 못하고 짐을 싸야 하는 수모를 맛봤다.
게이는 100m에서도 결승진출에 실패했고 200m에서는 미 대표선발전에서 부상으로 대표로도 뽑히지 못했다. 게이는 레이스 후 “동료들은 실망시켰다는 느낌이다”면서 “내게 이번 올림픽은 악몽의 연속”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자 4x100m 릴레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앵커인 로린 윌리엄스가 토리 에드워즈가 전해주는 바통을 떨어뜨리는 순간 금메달의 꿈도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200m에서 아테네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은메달에 그친 필릭스는 “우리 대회가 아닌 것 같다”고 고개를 떨궜다.
단거리 스프린트에서 미국이 몰락한 반면 자메이카팀의 도약은 실로 눈부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볼트가 역사적인 100m-200m 스프린트 더블을 달성한 데 이어 여자 100m와 200m에서는 은메달 1개를 빼고 나머지 5개의 메달을 싹쓸이했다. 이미 1988년 서울올림픽이후 처음으로 100m와 200m에 걸린 금메달 4개를 싹쓸이한 국가가 된 자메이카는 22일 벌어지는 남녀 4x100m 릴레이에서도 이변이 없는 한 금메달을 휩쓸 가능성이 높아 스프린트 종목에 걸린 금 6개를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다. 남자 릴레이팀은 볼트와 아사파 파월이 이끌고 있고 여자 릴레이팀에는 100m 금, 은, 동메달리스트가 모조리 나서니 그야말로 바통을 떨어뜨리기 전에는 금메달이 떼어놓은 당상이다. 스프린트 종목에 걸린 6개 금메달을 싹쓸이한 경우는 지난 1984년 LA올림픽에서 미국이 유일하다, 하지만 당시에는 또 다른 스포츠 수퍼파워 러시아가 보이콧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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