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 미국 정부와 의회가 27일 밤(이하 현지시간)부터 자정을 넘기는 마라톤 협의를 강행한 끝에 구제금융안에 잠정 합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시장이 무너지고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위기감이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다수당인 민주당에 이어 여당인 공화당까지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이 금융기관에 집중될 것이라는데 대한 미국인들의 반발을 발판으로 삼아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이라는 명분 아래 정부의 구제금융안에 반발해 왔다.
하지만 아시아 주식시장이 열리는 28일 밤까지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못하면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평가되는 이번 금융위기가 경제제도 자체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미국 의회를 ‘선 구제금융, 후 규제강화’ 방침에 대한 원칙적 동의로 이끌었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심야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28일 새벽에 기자들과 만나 큰 진전을 이뤄냈다며 정부의 구제금융안에 대한 잠정 합의가 이뤄졌음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주요 통신사 등 언론들의 보도에 의하면 미 정부와 의회간 협의에 상원 공화당 대표로 참석한 그레그 저드 의원은 모든 것을 이뤄냈다며 구제금융안에 대해 28일 하원의 표결이 이뤄지면 상원에서는 29일에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상원의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는 ‘타개’라고 부를 만한 내용이 있었다며 28일 오후 늦게 공식 합의 내용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초 지난 25일까지만 해도 정부가 제안한 총 7천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은 몇 가지 추가 조항을 첨부해 무난히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이날 조지 부시 대통령과 양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비롯한 의회 지도자들이 회의를 한 뒤 오히려 구제금융안에 대한 정부와 의회 사이의 간극이 커져버렸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지난 25일 구제금융안 협의가 갑자기 온탕에서 냉탕으로 뒤바뀐 이유 가운데 하나로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추가적인 위기 해소 방안을 내놓았고 이에 대해 민주당에서 반발했다는 내용을 지목했다.
공화당이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에 대해 원초적인 이데올로기 차원의 반감을 갖고 있는 점이나 정부의 구제금융안에 대해 미국인들의 반발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 또한 지난 25일 백악관 회동이 무위로 끝나게 된 배경으로 꼽혔다.
미국 정부와 의회의 이견을 다시 좁힌 것은 지난 25일 이후 다시 혼란에 빠진 금융시장이었다.
같은날 뉴욕증권거래소의 주요 지수가 하락세로 출발한 것은 물론, 미 은행업계 6위 규모의 와코비아은행이 다른 투자자들과 합병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커졌다.
결국 조지 부시 대통령이 긴급 성명을 통해 의회를 압박했고, 의회는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불평을 하면서도 다시 협상장에 나서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일부 미 의원들이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전화로 금융위기 타개책에 대해 상의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는 의회 역시 시장 붕괴 위기라는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미국 정부와 의회와의 협의에 참석한 민주당의 켄트 콘래드 상원의원에 따르면 당초 정부가 구제금융 비용으로 제시했던 총 7천억달러 중 2천500억∼3천500억달러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요청하는 즉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나머지 액수에 대해서는 의회가 집행된 구제금융의 효과를 지켜보면서 추가로 승인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단서를 남겼다.
또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번 협의에 따라 금융위기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기관 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채권을 담보로 삼은 증권의 인수자들도 구제금융 대상에 포함됐다.
구제금융 혜택을 입는 금융기관의 경영진에 대해 퇴직 보너스에 상한선을 둔다는 내용과, 정부가 구제금융 대상 금융기관의 주식 인수권을 보유한다는 조항도 협의 내용에 담겼다.
대신 모기지 담보부 증권을 보증하기 위해 민간 자금을 조성하자는 공화당의 제안과, 비교적 신용 상태가 양호한 모기지의 상환 불능 상황을 막기 위해 공적자금 중 일부를 떼어내 신탁자금을 조성하자는 민주당의 제안은 모두 제외됐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당초 정부의 구제금융안이 제시된 뒤 공화당 일각의 반대 등으로 인해 협의 과정을 거치게 됐지만 결국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이번 금융위기로 가치가 급락한 모기지 담보부 증권을 인수한다는 기본 개념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jae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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