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의 정수는 자비와 지혜…화가 나도 자비 보여줘야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BPF의 현 대표는 젠주 어슬린 매뉴얼(Zenju Earthlyn Manuel) 박사다. 수행경력 20년의 베테랑이다. 그는 UCLA에서 도시계획학 석사학위를 받고 CIIS에서 변형(무상)과 자각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여러 비영리단체와 문화센터에서 디렉터로 일했다. 흑인여성 수행자인 그는 또 마법을 찾아서(Seeking Enchantment), 검은 천사의 카드(the Black Angel Cards) 등 저서를 썼고 BPF 자매지인 Turning Wheel이나 SF선원 매거진 Wind Bell 등 불교전문지에 많은 에세이를 발표했다. BPF 3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그로부터 불교와의 인연, 불교가 나아갈 길 등에 대해 들어봤다.
-불자가 된 주요 동기는?
▲붓다의 가르침에 귀의한 까닭은 조국에서 제도적 압제에 시달리면서 해방이나 자유에 귀기울이게 된 때문이다. 다르마(진리, 法)는 (우주만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가 인간으로서 겪는 고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갖고 있다.
-불교의 정수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자비와 지혜다. 매일매일 살아가면서 우리는 고통에 부대낀다. 동시에 우리 인간은 고통스런 삶에서 지혜를 얻는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그 고통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얻는 것이다. 불자로서 우리의 모든 행위는 친애(親愛)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심지어 친절할 수 없어도 우리는 여전히 친절해야 한다. 그것이 수행이다.
-귀하의 인생에서 불자가 되기 전과 후의 가장 극적인 변화들을 든다면?
▲다르마의 길을 따르기 이전에, 나는 내 고통을 두고 남탓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내가 흑인이고 여자라는 것까지도 남탓을 했을 것이다. 언젠가는 젠도(메디테이션 홀)에서 오르요키(소토 젠 스타일의 공양)를 할 때 헬퍼들이 내 음식을 바닥에 계속 떨궈 나는 울고말았다. 60명의 수행자들이 있는 그 방에서 나는 유일한 아프리칸 아메리칸이었다. 벌떡 일어나 젠도에서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한 음성이 들렸다. 아니다, 너의 고통 가운데 머물러 있어라. 떠나지 말거라. 그래서, 나는 서러움과 조바심에 안절부절 못하면서 거기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한 순간 나는 또다른 목소리를 들었다. 네가 너무 경이로워서, 너무 근사해서, 너무 아름다워서 그들이 음식을 계속 떨어뜨린 것일 게야. 네가 흑인이라고 그런 게 아닐 게야. 나는 거기에 앉아 있는 그 찰나에 내 자신의 부정적 생각들로부터 해방됐다.
-BPF는 여러 분야에서 사회적 참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옳든 그르든 불교는 모름지기 세속잡사에 몇발치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믿는 많은 코리안 전통불자들에게 그것은 어딘지 생소해 보일 수 있다. 사회적 국제적 이슈들에 대한 적극개입의 정당성이랄까 하는 것을 설명한다면?
▲붓다의 가르침은 일체가 다 사회적 행동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이타행을 닦는다. 우리는 비애와 슬픔과 제약과 망상과 갈애와 질시와 불만족과 우울함에서 벗어나는 것을 배우고 타인들이 그런 고통을 끝내도록 돕는다. 깨달음을 증득한 뒤 붓다는 사르나트 바라나시로 가 제자들과 함께 우기 3개월동안 머물렀다. 안거 해제 때 그는 60명의 제자를 바깥세상으로 내보냈다. 붓다께서 설하신 대로 수행이란 타인들을 애호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남자든 여자든 모든 것의 일부이다. 불자로서 우리는 침묵을 털고 참선장소에서 일어나 행동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공격적이거나 해로운 것이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화가 나더라도 우리는 자비를 보여줘야 한다.
-한국 불교에 대한 인상(의견)은?
▲한국불교에 대한 나의 인상은 수행자들이 진실로 수행에 그들의 온마음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삶의 가치를 견지하려는 신실한 헌신이다. 이것은 (뭔가에) 항의를 할 때에도 지켜져야 한다.
-한인 불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수행자들, 비구나 비구니들은 항의를 할 때도 사랑(자비심)으로 해야 한다. 형제자매의 눈을 보라. 사랑을 보라. 뭔가 항의해야 할 시기가 왔을 때도 가족과 친구들에게 갖는 그런 사랑으로써 그것을 행해야 한다. (대정부) 항의를 하더라도 대통령도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행할 일이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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