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자 돌보는 애나하임 ‘굿 사마리탄 홈’
렌트·식품비 등 없어‘쩔쩔’
도움의 손길 애타게 기다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기독교인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요한복음 3장16절은 사랑이 형용사가 아니라 동사임을 보여준다. ‘사랑하셨다’ ‘주셨다’ 두 동사로 요약되는 이 구절을 붙잡고 사랑의 실천에 나선 한 한인 여성이 시작한 애나하임의 여성 셸터가 이 달로 설립 1주년을 맞았다.
가정 폭력과 마약·알콜 중독에 빠진 남편들 때문에 피난처를 찾게 된 여성들의 삶에 스며든 어둠을 몰아내려는 것일까. 셸터는 창이 많아 매우 밝은 2층집에 자리잡고 있었다. 지은 지 얼마 안 돼 깨끗한 방 4개짜리 주택이었다.
가구 몇 개만 덩그러이 놓인 거실에서 만난 ‘굿 사마리탄 홈’(Good Samaritan Home)의 마리아 유 대표는 “누군가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일념으로 그동안 셸터를 운영해왔다”고 말했다.
“가정 폭력의 뿌리에는 대부분 중독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폭력적인 가장을 가진 여성들과 자녀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이들을 누군가 나서서 돕지 않는다면 자살, 총격 사건 등으로 종결되지요.”
굿 사마리탄 홈은 여성들의 재기를 돕기 위해 12단계 스터디, 경건의 시간, 수요 성경공부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에는 외부 여성들도 참가하는 ‘서포트 그룹’ 모임을 운영, 마음 문을 열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도록 하고 있다. 불행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내면에 분노가 쌓인 자녀들을 위해서는 생활 지도를 하고 애프터 스쿨과 한글교육을 실시한다.
유 대표는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그리스도에게 한 것’이라는 깨달음으로 지금까지 혼자 힘으로 셸터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렌트와 기본적인 식품비를 포함해 최소 월 4,000달러가 드는 일을 끝없이 혼자 꾸려갈 수는 없는 일. 지난 달에 이어 이달 렌트도 밀려 자칫 셸터의 존폐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 대표는 교회와 단체들을 찾아갔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몇 군데서 도네이션을 받기는 했으나 정기적 지원은 없는 실정이다.
“지난 1년간 어려웠지만 ‘에벤에셀 하나님’의 도움으로 순간순간을 넘겨왔습니다. 불경기로 모두 힘들지만 십시일반으로 도와준다면 천하보다 귀한 한 여성의 삶에 소망을 선물할 수 있을 것입니다.”
10년 이상 기도하다 이 일을 시작한 유 대표는 “보통 3개월 안팎을 머물 수 있는 셸터에서 현재 2가정이 생활하고 있다”면서 “함께 입주할 수 없는 사춘기 남자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기숙사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배우자 폭행 피해자로 렌트를 못내 아파트에서 쫓겨난 뒤 셸터로 온 H모씨는 “한국서는 교사로서 편하게 살다가 미국에 와서 큰 아픔을 겪었다. 기쁨은 나누면 갑절이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고 한다. 이곳에 오는 여성들이 함께 생활하며 희망의 싹을 틔워서 나갔으면 좋겠는데 셸터 운영이 어렵다니 걱정스럽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후원 문의 (213)210-4737, (714)484-0679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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