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때문에 시작된 미국의 금융위기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급기야는 유수의 금융기관을 파산 또는 합병으로 몰아넣고, 마지막 수단인 정부의 7천억 구제금융 지원이라는 마지막 ‘강수’를 써야하는 일련의 사태까지 왔다. 이번사태를 보면서 꼭 10여 년 전 한국의 IMF 구제금융 사태가 떠오르는 것은 그것이 남긴 뼈아픈 교훈 때문일 것이다.
1997년 12월3일 IMF 미셸 캉드쉬 총재가 싱가포르 항공 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하고 곧장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로 직행, 임창렬 재경부총리와 공식적인 구제금융 합의서에 서명함으로써 200억 달러에 달하는 IMF 긴급자금 수혈로 ‘한국의 IMF 시대’의 막을 올렸었다. 외환관리 실패와 대기업의 부실이 낳은 금융기관의 몰락이 주원인이었다. 그리고 2001년 8월23일 전액상환을 통해서 IMF 관리체제를 졸업하기까지 한국은 무려 4년이라는 뼈를 깎는 고통의 시간을 거쳤었다. 필자는 이때 한국금융의 중심지인 여의도 한 은행의 국제금융부에서 일하면서 IMF 구제금융을 현장에서 지켜보았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부실하게 된 금융기관이 문을 닫거나 합병되거나 정부관리 하에 들어가면서 수많은 금융인들이 직장에서 쫓겨나는 일이 발생했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거나 강제로 퇴직을 강요당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아픔을 삭여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10년 전 일이다.
그 당시 2,400원까지 올랐던 환율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위기를 기회삼아 미국과 세계의 유수 투자은행(Investment Bank)들은 앞을 다투어 한국의 금융기관 인수에 나섰고 이들의 구조조정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서울의 굴지의 빌딩 등을 강해진 달러화를 무기로 사들였고, 2~3년 뒤에 엄청난 차익을 남기면서 매각하고 떠나던 그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남의 위기는 나의 기회”라고 했던가.
당시를 회상하는 것은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금융위기, 구제금융 등의 경제상황이 원인제공은 다르지만 결국 ‘금융기관의 부실’이라는 똑 같은 결과를 낳았고, 구제금융이라는 최후의 처방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10년 전 미국 유수의 컨설팅회사와 금융전문가들은 당시 한국의 금융시스템을 평가하면서 “한국의 투명하지 못한 금융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한 금융기관의 부실은 해결될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 “미국의 투명하고 효율적인 선진금융기법을 전수하겠다”고 떠들고 다니던 기억이 생생하다.
금번 미국의 구제금융 사태를 지켜보면서, 그렇게 “투명하고 선진화” 되어 있다는 미국 금융시스템의 몰락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것은 그 당시 우리의 초라했던 모습과 지금의 미국의 모습이 아주 뚜렷하게 비교되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면 미국정부는 Bad Bank(자산관리회사)를 통해서 은행의 부실채권을 전부 또는 일부 사들일 것이고 장기융자나 주식자본금 형태로 금융기관들을 구제해줄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Clean Bank’로 거듭나면서 신용경색이 완화되어 자금이 돌겠고, 구제된 기관들은 인력조정, 급여제한, 그리고 고정자산 매각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거치는 수순을 밟아 정상화를 꾀할 것이다. 빠르면 1~2년 안에 금융기관은 안정을 되찾고 경제도 안정될 것이다.
IMF 때 아무것도 모르던 선량한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고 몇 년을 허덕이듯 미국국민들도 천문학적인 금융지원금을 충당하기 위해서 많은 세금을 내야할 것이고 이래저래 ‘고래싸움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배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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