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서 용서도 빌 겸 아들을 만나려고 해요. 아들이 안 본다고 해도 원이 없어요.”
텍사스에 살고 있다는 아들을 찾기 위해 한국일보에 사연을 호소했던 나이 든 한 어머니가 그날 밤 22년 만에 걸려온 전화를 받고 정말 깜짝 놀랐다.
꿈속에서라도 보고 싶어 하던 아들이, 전혀 상상할 수도 없었는데 전화 목소리를 통해 가슴을 울리며 다가왔다. 내 아들이구나...
“정무야!”
위싱턴 주 시애틀 교외, 오크 하버에 살고 있는 김옥희(Okhui Clark, 71세) 씨가 한국일보 텍사스 지사에 전화를 건 때는 8일 오후 4시 무렵. 그리고 다음날 점심 무렵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아들한테서 어제 밤 전화가 왔어요!”
김옥희 씨의 음성을 떨리고 있었다.
“어제 밤, 잠을 한숨도 못자고 설치다가 네 시 무렵에 겨우 잠이 들었다”는 김옥희 씨, “가슴이 너무나 벅차다”는 말이 소감의 전부였다.
김 씨의 아들 노정무 씨(45세)는 22년 만에 불러보는 ‘어머니!’에게 이번 추수감사절에 집으로 오셔서 식사를 같이하시자고 청했다.
어머니가 아들을 찾으러 다시 한 번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오는 20일 출발하는 항공권을 미리 끊어 놓았기 때문에 일정을 뒤로 미룬 것이다. 김옥희 씨는 이번 한국 방문을 나이도 있고 해서 아들을 찾기 위한 생애 마지막 시도로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김옥희 씨는 지난 1986년 샌디에고에서 아들 노정무(당시 23세)를 마지막으로 만났다. 그때 만남도 떨어져 있은 지 15년 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22년. 김옥희 씨는 전 남편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아 아들에게 마저 어머니로서 따뜻한 정을 보여줄 수 없었던 게 장기간의 이별을 불러 온 회한이 되었다고 말했다.
대구에 살면서 아들 정무를 특수학교에 보내다 후에 미국에 건너 온 김옥희 씨는 남편이 데려간 아들이 청년이 되어 독일에 있는 특수학교에 다니던 1986년 샌디에이고에서 잠시 만난 것이 마지막이었다.
김옥희 씨는 애타게 아들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며 이렇게 말했다.
“(남편이 데려간)아들이 어렸을 때는 어린아이만 보면 가슴이 미어졌다.”
김옥희 씨는 “그동안 아들을 찾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들이 다니던 한국의 교회 사람들을 통해 최근에야 아들, 정무가 텍사스에서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혹시나 해서 한국일보에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정무 아버지가 미워서 아들에게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며 “아들이 혹시나 화가 나서 나를 안 만날 수도 있지만 부인(간호사)이 이해심이 있어서 나를 볼 수 있게 했으면 하겠다”는 한가닥 희망을 피력했다.
71세라는 나이를 의식하는 김옥희 씨는 “정무가 어렸을 때 사진을 다 가지고 있고, 버릴 수도 없다”며 22년 전에 한 번 본 아들을 찾아 전해줄 수 있게 되길 간절히 소원했다. 사진을 버리면 아들도 영영 잃어버리는 것처럼.
아들을 외면했던 야속한 엄마, 그렇지만 아들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치던 어머니, 김옥희 씨는 20년이 훨씬 넘는 세월동안 어머니로서 가슴에 한이 맺혔다.
“정무야! 용서를 빈다. 이 못난 어머니를 용서해 달라”고 아들을 만나면 고백하고 싶다고 김옥희 씨는 처절하게 말했다.
그러던 불과 몇 시간 만에 아들이 수화기를 통해서 나타났다.
김 씨의 아들 노정무 씨는 독일의 특수학교를 거쳐 대학원에서 건축설계 석사학위를 받고 달라스 교외에서 건축설계사로 일하고 있고, 독일에서 만난 간호사 김경숙 씨를 아내로 맞이해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소식을 김옥희 씨는 전했다.
이번 추수감사절은 김옥희 씨와 아들 정무 씨 가족에게는 간절한 기도가 이루어진 감사의 축제가 될 것으로 벅찬 감동 속에 기다리고 있다.
<최용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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