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다주르 해변
하루는 니스에서 좀더 해안을 따라 서남쪽으로 내려가 있는 캅 단티브로 향했습니다. 그 곳의 에덴록(Eden Rock)이라는 호텔과레스토랑이 유명하다고 하여 동네도 구경할 겸 그 곳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하였습니다. 벌써 로비에 들어서니 건물 자체뿐 아니라 벽에 걸린 그림 등, 얼마나 멋이 있는지 고급 호텔 표시가 났습니다. 우리도 언제 한 번 이런 곳에 와서 며칠 묵을 때가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레스토랑은 넓은 정원을 지나서 절벽 위에 있었습니다. 정말 경치가 볼만 했습니다. 참 웃기는 얘기 좀 들어 보셔요. 이 호텔은 크레딧 카드를 받지 않는다고 하여 여기 오기 전에 남편이 일부러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 갖고 왔답니다. 저는 새로 산 하늘하늘하게 늘어지는 멋있는(아쭈) 긴 치마를 입고 우리 딸도 마음에 드는 예쁜 옷을 입었습니다. 유럽에서는요, 좋은 레스토랑이나 클럽에 가면 여자들이 참 멋있게들 입고 나타나거든요. 고급이던 아니던 간에 모두들 자기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어쩌면 그렇게 잘 골랐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기분을 맘껏 내기위해 호텔 근처의 파킹장에서 낮에 입었던 구긴 옷을 바꿔 입고 바람에 휘날려 제멋대로 뻗쳐 나간 머리도 만년 빗(손가락요)으로 다듬었습니다. 마치 그 레스토랑에 오기 위해서만 온 것처럼 어깨를 피고 고개를 똑바로 들고 들어섰습니다.
큰 기대를 걸고 음식을 시켰습니다. 여름이라 우선 가스파쵸 스프를 시켰습니다. 사실 프랑스 남쪽의 음식은 가까운 이탈리아나 스페인 음식과 비슷한 게 참 많습니다. 토마토, 피망, 오이 등을 넣고 만드는 것인데요. 잘 익은 토마토를 넣어야 하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저는 좀 덩어리가 있게 만드는데 나중에 들으니 그 음식의 본토인 스페인 에서는 모두 갈아서 먹는다고 하였습니다. 싱싱한 야채에다가 오레가노, 올리브기름, 소금 후추로 양념을 하고 거기다가 시원하게 레몬 주스와 톡 쏘는 타바스코로 자극을 시킵니다. 양념이 중요하지만 그게 너무 압도적이어도 안 되
고 야채의 싱싱한 맛도 볼 수가 있어야 합니다. 요리라는 게 참 미묘하지요!
가스파쵸는 더울 때 야!… 시원해 하며 훌훌 들여 마실 수 있고 정말 건강 음식이지요. 제가 아주 좋아 하기 때문에 제 것과 비교해 보고도 싶었습니다. 스프가 앞에 놓였습니다. 스페인에서 서브하는 식으로 다 갈았더군요. 한 수저 듬뿍 담아 입에 넣었습니다. 아무 소리 않고 천천히 한 두 수저 더 먹고 있으니,어때? 하고 남편이 물었습니다........내 것이 훨씬 낫네! 그 시원하고 쨍하는 맛이 나지 않아. 진짜? 딸도 한마디 하였습니다. 진짜야, 아주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 제가 학생들에게 그런 레스토랑의 요리사에게도 뒤지지 않는 맛있는 요리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는 다짐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메인코스로 저는 생선을 시키고 우리 남편은 항상 하듯이 고기를 시켰습니다. 저의 생선에는 크림을 약간 넣고 만든 새콤한 맛이 도는 소스가 곁들여 나왔습니다. 검붉은 빛이 도는 짙은 소스가 곁들인 남편의 고기는 양면을 살짝 지져 나왔습니다. 자기가 시킨 대로 속이 꼭 알맞게 익은 고기(제 눈에는 완전 날것)가 놓였습니다. 우리 둘다 잘 만들기는 했어도 그렇게 소문난 만큼 거금을 들고 올만한 곳은 못 된다고 생각 했습니다. 기대를 너무 했기 때문이겠지요. 우리가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요, 어느 뉴욕 금융계의 갑부가 현금만 받는 이 엄청나게 비싼 호텔에 묵기 위하여 오는 도중이었다고 합니다. 무더기 돈을 가방에 넣고 니스 공항에서 이 호텔
로 오는 도중, 빨간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날씨가 좋아서 차의 창문을 열고 있었는데 오토바이를 탄 두 명의 괴한이, 아니 말이 괴한이지 보기에는 필경 옆집의 청년들 같이 보였겠지요. 차 양쪽에 와 붙어서 권총을 들이 대고 가방을 내 놓으라고 하여 그냥 가방을 고스란히 건네주어야 했습니다. 세상에 그런 일도 있을 수 있는지 믿을 수가 없는 얘기였습니다. 저는 혹시 돈이 있다고 해도 그 거액의 투숙비를 현금으로만 주장하는 호텔에 묵고 싶을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한 번은 가 봤지만 레스토랑도 마찬가지구요.
참, 꼿다주르에서 털린 얘기가 또 있습니다. 우리 친구들한테 일어난 일인데요. 그 일대를 자동차로 여행 하던 중, 호텔 예약을 못하고 와서 이 호텔 저 호텔을 기웃거렸다고 합니다. 남자는 운전대를 잡고 기다리고 여자는 한 호텔로 들어가서 빈 방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었는데.... 그 순간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나타나 내려진 창을 통해서 뒷자리에 놓아둔 핸드백을 집고 달아났다고 하더군요. 아이, 쫒아가지도 못하지요. 자동차를 요리조리 비켜서 자기네가 아는 길로 잽싸게 도망가 버리는데, 어떻게 쫒아가요? 히여튼 나중에도 다른 사람들한테서 도둑맞은 얘기를 또 들었으니 그 지역이 얼마나 도둑으로 바글거리는지 알만 하시겠지요?
뉴욕으로 돌아와서 얼마 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두 커플이 곧 꼿다주르를 간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꼿 다주르의 전문가가 되어 우리의 놀랜 경험담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한 친구의 목에 걸려 있는 유난히 빛이 나는 투명한 돌을 가리키며 그런 것은 두고 가라고 충고 하였습니
다. 한 달 후에 다시 만난 그 친구들의 기막힌, 믿을 수 없는 여행담을 들어 보셔야 해요. 그 일행이 아주 고급 호텔에 묵었는데요. 하루는 한 남자가 몸이 불편해 쉬기로 했고 다른 세 사람이 구경을 하려고 나갔다고 합니다. 자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남자가 쓰---윽 들어오는 소리에 깨었는데..... 수상한 사람이라 너는 누구냐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빈 방인 줄 알고 들어왔던 도둑은 더 놀래 금방 줄행랑을쳤구요. 그렇지 않아도 우리 얘기를 듣고 가짜 보석만 갖고 갔다고 합니다.
우리는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머나, 그렇게 좋은 호텔에서....라고 모두 한마디씩 떠들어 대었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좋은 호텔이니 도둑이 꼬이지 돈 없는데 가서 털께 뭐 있겠어요! 꼿다주르 얘기는 도둑 얘기의 연속이 되어버렸군요, 그것이 우리의 꼿다주르 경험담이고 우리는그 때 하도 놀래서 그 후 한 번도 다시 그 곳을 찾아 가지 않았습니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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