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depression’이라고 하고 우울병은 ‘major depression’ 이라고 한다. 우울병은 신체(뇌)의 병으로 실제 뇌신경계에 심각한 장애가 오며(주로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감소로 인해) 심한 불안 우울의 감정적 변화 뿐 아니라 ‘생각의 장애’를 가져온다. 우울병을 앓는 동안 건강한 생각과 병적 생각이 계속 싸우게 된다.
이 병적인 생각은 자기의 원래 생각을 마비시키고, 마치 열병으로 열이 높을 때 자기도 모르게 헛소리를 하는 것처럼 자기를 파멸의 길로 몰아서 끝내는 죽음으로 끝나게 된다. 따라서 정신의학적으로는 자살이 아니라 병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울병의 3대 생각, 즉 ‘hopeless’(절망감), ‘helpless’(무기력감), ‘worthless’(무가치감)이 건강한 생각(희망, 도전, 승리)을 완전히 정복할 때 자책감, 원망, 공포의 상태에 빠지며 뇌에 병적명령을 내려 자기를 파멸시킨다. 이런 이유로 우울병에 걸린 사람은 스스로 병원을 찾지 않는다.
약함을 인정하기 싫어 우울병이 아니라고 스스로 부인하든지, 치료해야 효과가 없다는 생각 혹은 치료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주위 사람이 업고와 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거짓말하고, 도움으로부터 도망가려고 할 때 강제 입원치료가 필요하고 법적으로 의사는 강제입원을 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정신과 의사는 병을 보기 전에 먼저 사람을 본다. 최근 자살한 최진실씨를 보자. 40년 세상풍파를 헤치고 강인한 의지로 살아온 사람은 결코 자식과 가족, 친구를 쉽게 버리지 않는다. 그녀는 현실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강압적 집단의식이 마음을 조이고 질식시키는 위험한 환경에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며 시련에도 굴하지 않았다. 그러나 온몸에 화살을 맞고 버티던 장비처럼 아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버티다 끝내 병을 얻어 쓰러진 것이다.
뒤돌아보면 “나는 외톨이, 왕따… 도무지 숨을 쉴 수가 없다” 라고 했을 때 이미 뇌 속의 병마가 목을 조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입원 치료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면 그는 결코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을 것이다.
어려움 때문에 세상을 포기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최진실씨에 대한 큰 오해이다. 인간 최진실은 희망과 도전과 승리의 삶을 우리에게 비춰주고 있다. 그러나 필요한 때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함으로써 극단적인 선택에 이른 것이다. 이번 일로 계기로 우리는 우울병을 이겨내는 정확한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것만이 모방 자살을 방지하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참고로 우울병이 악화될 상황을 보면 ▲큰 충격의 상처(PTSD, 이혼, 죽음 등) ▲충격이 계속적으로 올 때(채 아물지 않은 상처에 또 상처받을 때) ▲버티다 기력이 쇠약해 질 때(burn out syndrome) ▲소외된 자 또는 그 반대로 유명인 ▲40세의 나이 ▲체중감소, 신체적 허약 (불면증, 식욕부진으로 인한) ▲부적절 하게 사용된 약물 (수면제, 안정제, 기타 약물 등) ▲술(특히 약물과 같이 복용했을 때) ▲병적인 자책감, 죄의식 (나 때문에…) ▲피해의식(왜 나만 못살게) ▲자살 생각 등이다.
조만철
남가주 정신과의사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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