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개 그릇에 너나 할 것 없이 숟가락을 넣어 오순도순 찌개를 먹는 우리네 작금의 모습이 외국인들 눈에는 아주 비위생적인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비위생적인 모습이 우리의 전통문화일까?
한마디로 말해서 양반이 사회계층의 중심이었던 구한말까지는 상놈이나 찌개그릇에 너나 할 것 없이 숟가락을 담갔지 양반은 절대 같은 식구라 해도 찌개그릇에 함께 숟가락을 넣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양반 타령이나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찌개나 전골냄비에 여러 사람이 함께 둘러앉아 숟가락으로 퍼먹는 것이 마치 우리의 식생활 문화로 왜곡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구한말까지 우리는 엄연히 독상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전통을 고수하는 지방 향교에 가면 소반을 사용하는 이런 문화가 살아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궁중의 잔치 모습을 그린 진찬도나 진연도를 보더라도 품계별로 독상을 하고 앉아있는 모습이 나와 있다. 이렇듯 우리의 식생활 문화는 가족 하나하나 따로 상을 차려 먹는 독상 문화를 갖고 있었으니 다만 조손(祖孫)간이라든가 부부면 겸상을 허용할 때가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첩 반상이라는 것도 역시 독상인 반상을 말하는 것이며 여러 사람이 함께 둘러앉아 먹는 상은 반상이라 하지 않고 교자상이라 한다. 이 교자상 차림에는 술과 안주를 주로 하는 주안상 형식의 건교자(乾交子), 밥상 형식의 식교자(食交子), 주안상과 밥상 형식의 얼교자(얼치기상) 등 3가지가 있다. 독상은 반드시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 먹기에 알맞은 찬을 담아 밥을 다 먹은 후 음식 찌꺼기가 남으면 아니 되었다.
독상 문화에서 과연 찌개나 전골을 한 그릇에 끓여 함께 숟가락으로 퍼먹을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독상 문화는 별도의 전골 상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전골을 국자로 알맞게 떠 각자 상에 올려놓고 먹도록 했다.
그러나 독상 전통은 1900년대 이후 외세의 영향으로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식생활에서 두레반 문화나 테이블 문화가 시작되면서 우리 주변에서 은소아(銀召兒), 은잭이라 불리는 국자가 사라지고 찌개 그릇에 여러 사람이 모여 숟가락으로 퍼먹는 상놈문화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렇듯 우리의 전 국민 상놈화를 불러온 국자문화의 퇴조는 우리 국민 70~80% 이상이 1994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주요 위암 발병의 원인균으로도 지목되는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와서 독상 문화를 고수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우리의 조상이 그랬던 것처럼 전골을 국자로 각자의 그릇에 떠서 먹는 위생적인 음식문화를 되찾자는 것이다. 우리는 현대 문명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오히려 식 행위는 옛날 우리 조상이 해왔던 슬기로운 문화보다 퇴보된 생활을 한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김영복
세계 한식요리대회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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