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마라도나’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왼쪽)와 함께 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후 자택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마라도나.
선수로 화려한 명성 비해 지도자 경력 일천
스타선수는 스타감독 못된다는 통념도 부담
마약·알코올중독 등 얼룩진 과거 극복해야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48)는 아르헨티나에서 단순한 영웅이 아니다. ‘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신화적 존재다. 그런 그가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내정됐다. 공식 발표는 다음달 4일 있을 예정. 선수로서 은퇴한 지 11년만에 다시 축구계 전면에 복귀한 전설적 스타로 인해 전 아르헨티나가 들썩이고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마라도나의 대표팀 감독취임은 아르헨티나 입장에선 엄청난 도박이다. 그가 선수로서 이뤄낸 업적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그것이 감독으로 적임자인지는 말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감독으로 성패가 선수경력과는 무관하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고 오히려 ‘스타 선수는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은 스포츠계의 일반적인 통설이다. 더욱이 마라도나는 필드에서 쌓은 화려한 커리어와 대조적으로 은퇴 후 그의 행보는 마약과 알코올중독, 폭력사건과 병적인 비만으로 인한 수술 등으로 얼룩져 있는 인물이다. 지도자 경력도 자국내 리그에서 2차례에 걸쳐 합계 6개월 동안 23게임을 치른 것이 전부다. 이번 결정이 도박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실 전임 알피오 바실레 감독이 전격 사임한 뒤 후임으로는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서지오 바티스타 감독이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하지만 바티스타가 차기 대표팀 총감독 겸 기술고문을 맡을 카를로스 빌라르도 및 마라도나와 함께 일할 것을 거부했고 이어 마라도나가 감독직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며 적극 로비에 나서자 분위기가 확 돌아섰다. 결국은 전설적 영웅의 복귀를 원하는 감정이 가세하며 마라도나 대세론이 뜨고 만 것.
마라도나는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와 함께 축구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손꼽히는 ‘전설’이다. 5피트5인치(165㎝)의 단신이지만 다부진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파워와 저돌적인 드리블 돌파력, 현란한 패싱과 날카로운 슈팅력 등 축구천재로서 모든 것을 갖춘 선수였다. 1976년 아르헨티노스 주니어스에서 프로로 데뷔한 마라도나는 보카 주니어스(1981∼82년)와 바르셀로나(1982∼84년), 나폴리(1984∼91년), 세비야(1992∼93년), 뉴웰스 올드보이스(1993년), 보카 주니어스(1995∼97년)를 거치며 590경기에서 311골을 기록했다. 3차례 아르헨티나리그 득점 타이틀을 차지했고 1988년에는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도 득점왕에 올랐다.
세계 무대에서 그의 활약은 더욱 눈부셨다. 19세이던 1979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에 앞장섰던 그는 1982년 스페인월드컵을 통해 데뷔했고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는 대표팀 주장을 맡아 아르헨티나의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이끌고 골든볼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해프라인부터 수비수 6명을 제치고 60m를 드리블한 뒤 터뜨린 두 번째 골은 지금도 월드컵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로 찬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발목 부상 여파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이듬해 코카인 양성 반응으로 15개월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데 이어 1994년 미국 월드컵 때는 금지약물에 걸려 대회 도중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는 등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 각종 폭력 사건과 마약 복용, 알코올 중독으로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고 병적인 비만으로 위 절제 수술까지 받는 등 우여곡절 끝에 재활에 성공했다.
한편 이번에 마라도나가 지휘봉을 잡은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현재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파라과이, 브라질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본선진출을 무난해 보이지만 최근 5경기 연속 무승(4무1패) 부진에 빠져 바실레 전 감독이 사퇴하는 등 상황이 밝지만은 않은 편이다. 과연 마라도나가 다시 한번 아르헨티나에 영광을 안겨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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