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 예술의 길로 들어서거나 학업을 시작해 주위 사람들을 고무시킨 한인들이 적지 않지만 시인이자 동양화가인 정명숙씨야말로 뜻이 있고 노력을 한다면 누구나 중년의 나이에도 충분히 예술가적인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실례가 될 듯하다.
11월 8일부터 12일까지 동료 작가과 함께 코리아빌리지에서 먹빛사랑 3인전을 성공적으로 치룬 정명숙씨는 12월에 다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최근 최초의 시집 볼록렌즈를 출간했다. 연세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후 곧장 미국으로 건너와 25년 이상 전업 간호사로서만 생활했던 정씨는 50의 나이인 2002년 문인화를 시작해 ‘대한민국 현대 서예 문인화 대전’에서 특선을 차지하는 등 다수의 수상을 하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2004년부터는 언론사 문화센터에서 습작 과정부터 거치며 생소하기 그지없던 시의 세계에 뛰어들더니 지난해 미주한국일보 문예공모전에서 시부문 당선을 거머지고 순수문학 출판사로 이름 높은 한국의 시문학사를 통해 첫시집을 발
표한 것이다.
정 작가는 “2000년 초 너무나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하다가 김영랑 시인의 싯구절처럼 ‘오매 단풍 들것네’라는 찬탄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그 벅찬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두 자녀를 모두 대학에 보낸 후의 여유로움과 심적인 공허함도
그림에 더욱 열중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림을 그리다보니 그것만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다시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또 시를 써보고 싶은 열망이 생겼지요.” 하지만 시라는 장르를 해본 적이 없는 어려움보다 모국어에 대한 두려움이 먼저 앞섰다. 일생의 더 많은 부분을 영어를 사용하며 생활해 왔었기 때문에 “20대 초반에 머물러 버린 한국어 실력”으로 시를 쓸 수 있을 까하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며 익힌 감정과 중환자실에서 늘 꺼져가는 생명들을 보아온 감수성으로 열심히 습작활동에 매달린 결과를 이번에 한권의 결과물로 내놓을 수 있었다.
간호사라는 바쁜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어떻게 시간을 쪼갤 수 있었냐는 주위의 질문에 정 작가는 “간호사라는 안정된 직장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홀가분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창작을 할 수 있었다”며 “이렇게 전시회를 해도 그림 팔 걱정은 안하지 않느냐”고 크게 웃었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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