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몸만 풀고 말거냐고!”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의 불호령이 서귀포 전지훈련 7일째를 맞아 좀처럼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하는 태극전사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였다.
16일 국민은행과 연습경기 전반이 끝나자 허 감독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벤치로 돌아온 선수들에게 따끔한 지적을 했다. 수비도 허술했고 중앙 미드필더 조합의 볼배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투톱을 맞춘 염기훈(울산)-정성훈(부산)의 호흡도 허점을 보이면서 이렇다 할 슛 기회를 만들지 못한채 0-1로 끌려가며 전반을 마친 것. 더구나 강한 맞바람 속에 경기를 진행하다 보니 공중볼의 낙하위치를 잡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1.5군으로 짜인 대표팀이지만 국민은행에 끌려 다니는 경기를 치르고 말았다.
허 감독은 벤치에 모여 고개를 숙인 선수들에게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훈련 와서 몸만 풀고 갈 거냐”라며 강하게 질책했다. 그는 이어 “볼을 기다리고 있으면 매번 늦는다고! 망가지는 것은 순간이야”라며 “자신에게 오는 볼은 그대로 살려서 플레이를 해야 해. 볼을 멈추면 속도도 늦어지고 몸싸움만 생긴단 말이야”라고 선수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허 감독의 ‘뿔 난’ 모습이 효과를 발휘했던 것일까. 후반전부터 기성용-이청용(이상 서울)-이근호(대구)의 젊은 피 트리오가 투입되자 경기 속도는 한결 빨라지고 부드러워졌다. 결국 골키퍼까지 제친 이근호의 재치있는 패스를 받은 정조국(서울)의 동점골이 터지면서 대표팀은 겨우 체면을 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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