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 진출한 설기현은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연합>
대표팀 멤버 대거 복귀로 주전경쟁은 이제부터
거친 스타일 축구와 낯선 문화에 빨리 적응해야
사우디아라비아 최고명문 알 힐랄에 이적, 새로운 축구 인생을 열어가는 설기현(30)은 20일 리야드의 프린스 파이잘스테디엄에서 열린 2008-09 리그 알 와타니와 홈경기에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16일 입단식 후 나흘만에 첫 경기에 선발 출장한 설기현은 골을 넣지 못했어도 90분을 풀타임으로 뛰면서 빠른 돌파에 이은 세 차례 날카로운 크로스로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홈팬들은 사우디리그 12개 팀 중 11위인 약체 알 와타니를 상대로 득점없이 비겨 실망이 컸는데도 설기현에 대해선 “움직임이 빠르고 좋은 크로스 능력을 가졌다”고 호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설기현은 24일 킹파드스테디엄에서 열리는 알 나스르와 ‘리야드 더비’를 통해 본격적인 시험대 위에 오른다. 알 와타니와 경기에는 알 힐랄의 간판 스트라이커 야세르 알 카타니 등 주전급 6명이 걸프컵에 대표팀으로 참가하는 바람에 빠졌는데 이들이 돌아오면 설기현으로서는 주전경쟁을 피할 수 없는 것. 알 와티전 때 모하마드 알 안바르와 투톱으로 나선 설기현의 팀의 주전들이 복귀하는 이번 경기에선 원 포지션인 측면 윙어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알 힐랄 구단이 연봉 100만 파운드(약 147만달러)에 이르는 거액을 들여 설기현을 영입한 만큼 당분간 선발로 출격시키겠지만 주전을 굳히려면 코칭스태프의 믿음을 얻어야 한다.
지난 시즌 리그 챔피언 알 힐랄은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었지만 이번 2008-09시즌에는 11승4무1패(승점 37)로 선두인 알 이티하드(12승4무·승점 40)에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현지 언론과 서포터스들은 “설기현이 영국 축구 스타일에서 벗어나 빨리 중동식 축구에 적응하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거친 몸싸움에다 후반 들어 승부가 굳어지면 드러눕기에 들어가는 `침대 축구’를 마다 않는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와 함께 일교차가 심한 날씨와 술, 돼지고기를 금하는 음식 습관, 하루 다섯 차례씩 기도를 하는 종교의식 등 생소한 이슬람 문화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 하는 것도 설기현에게 닥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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