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보울 MVP로 뽑힌 스틸러스 WR 산토니오 홈즈가 카디널스 코너백 도미니크 로저스-크로마티의 태클을 뿌리치고 있다.
미키 마우스가 산토니오 홈즈의 ‘위닝 캐치’를 보여주고 있다.
The Greatest Ever?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As good as it gets).”
NFL이 2년 연속 결승무대서 역사에 남을 ‘명작’을 연출해냈다. 지난해에는 뉴욕 자이언츠가 막판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의 전승 우승 신화를 깬 사상 최대 이변의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더니 올해 수퍼보울에서는 ‘전통의 강호’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만년 꼴찌’ 애리조나 카디널스가 막판 엎치락뒤치락 난타전을 벌인 끝에 스틸러스가 재역전승을 끄집어낸 스릴러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스틸러스가 ‘우승컵 식스팩’을 만들며 NFL의 최고 명문으로 뿌리를 내렸고, 첫 흑인 수퍼보울 우승 감독(토니 던지)이 탄생한지 2년 만에 또 다른 흑인 감독 마이크 탐린(36)이 최연소 수퍼보울 감독으로 이름을 남겼다. 게다가 수퍼보울 신기록도 터졌고, 스틸러스의 한국계 와이드리시버 하인스 워드는 두 번째 우승반지를 손가락에 끼며 명예의 전당 후보로 공식 등록한 셈이다.
경기 내용도 만점이었다. 특히 해프타임 직전에 터진 100야드 인터셉션 리턴 터치다운이 기가 막혔다. 전반 종료 18초 전 엔드존 1야드 앞까지 밀린 스틸러스는 14-10으로 역전당할 위기에서 ‘올해의 수비수’ 라인배커 제임스 해리슨이 환상의 카운터펀치를 날려 카디널스에 치명타를 입혔다.
해리슨이 골라인에서 카디널스 쿼터백 커트 워너의 패스를 가로채는 순간 시간과의 레이스가 시작됐다.
카디널스는 역전 기회가 날아갔을지언정 해리슨만 쓰러뜨리면 7-10으로 3점만 뒤져 전반이 끝나는 것이었지만 해리슨은 잡힐 듯 말 듯, 사이드라인을 밟을 듯 말 듯, 카디널스 팬들의 애간장을 태우며 끝까지 100야드를 달려 수퍼보울 신기록을 세웠다. 수퍼보울 역사상 더 긴 득점으로 이어진 플레이가 없다.
14-10으로 역전할 찬스에서 그렇게 어이없게 얻어맞고 스코어가 7-17로 오히려 더 벌어지면 그 충격에서 헤어나기가 어렵다. 게다가 수퍼보울에서는 사상 최대 역전극이 10점차에 불과하다.
하지만 3쿼터에 7-20까지 뒤진 카디널스는 장장 61년 만에 잡은 기회를 그리 쉽게 포기할 수 없었고 마지막 4쿼터에 터치다운 2개로 받아치며 전세를 뒤집었다.
카디널스는 경기 내내 묶였던 특급 와이드리시버 래리 피츠제럴드가 마침내 짧은 패스를 받아 스틸러스 디펜스의 한 복판을 가로 지르며 64야드를 질주, 기필코 ‘신데렐라’ 시즌을 완성을 할 것처럼 보였다.
스틸러스 라인배커 해리슨은 이에 대해 “몇 초 전만 해도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다가 순식간에 쓰레기가 된 기분이었다” 말했다.
하지만 카디널스에게는 너무 많은 시간을 남겨둔 게 한이었다. 2분 30초. 스틸러스는 사실상 MVP였던 쿼터백 벤 로슬리스버거가 수비수들을 기가 막히게 피해가며 카디널스 오른쪽 구석 높이 던진 공을 산토니오 홈즈가 솟아올라 잡은 다음 발레리나처럼 모은 두 발 끝을 엔드존에 내리는데 성공하며 리그 사상 최다 6번째 우승의 꿈을 이뤘다. 홈즈는 땅에 풀썩 주저앉아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팔로 공을 꼭 끌어안고 그 순간을 즐겼다. 홈즈는 “그때 ‘아~ 내가 수퍼보울 우승 볼을 잡았구나’하는 생각에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디널스 쿼터백 워너는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것을 겪었다. 경기 종료 35초 전까지는 세계 챔피언인 줄 알았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LA 타임스 칼럼니스트 빌 플래슈키가 수퍼보울 XLIII(43)이 아닌 “XXL(더블 엑스트라 라지)”라고 평할 정도로 작년 수퍼보울에 대한 기억이 희미한 듯 “사상 최고 수퍼보울”이란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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