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료 10분여 전 A매치 통산 10골째 폭발
박지성이 천금의 동점골을 뽑아내고 있다. <연합>
김동진(왼쪽)이 동점골의 주인공 박지성을 끌어안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
“어려울때 머리썼다”
이란 원정 무승 징크스
못 깼지만 값진 무승부
비록 이란원정 무승 징크스를 깨진 못했지만 그래도 값진 무승부였다. 한국축구가 ‘캡틴’ 박지성의 귀중한 동점골로 적지에서 난적 이란과 1-1로 비겨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선두를 유지했다. ‘원정팀의 무덤’이라는 테헤란 아자디 스테디엄을 큰 상처없이 통과했다는 점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였다.
11일 새벽(LA시간) 펼쳐진 최종예선 B조 4차전 원정경기에서 한국은 후반 13분 이란의 자바드 네쿠남에게 프리킥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 한때 패색이 짙었으나 종료 10분여를 남기고 박지성이 골키퍼가 쳐낸 볼을 머리로 받아 넣어 1-1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이로써 한국은 B조에서 2승2무, 승점 8로 선두를 지켰고 이날 평양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1-0으로 꺾은 북한이 2승1무1패, 승점 7로 이란(1승3무, 승점 6)을 제치고 조 2위로 올라선 반면 이란은 3위로 내려앉았다.
시종 일진일퇴의 팽팽한 공방전이 펼쳐진 경기였다. 예상대로 허정무 감독은 이근호와 정성훈을 투톱으로 세우고 박지성-기성용-김정우-이청용을 미드필드에, 이영표-강민수-조용형-오범석을 포백라인, 이운재를 골키퍼에 기용하는 4-4-2 포메이션을 들고나섰다. 초반은 이란의 페이스.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이란은 초반 파상공세를 펼쳤고 한국은 수비수들의 다소 불안한 볼 처리로 몇 번 아찔한 고비를 넘겨야 했다. 하지만 한국은 중반이후 고지대와 상대팬들의 열띤 분위기에 적응하며 서서히 공세로 전환했고 전반 38분 기성용이 오른쪽 미드필드에서 얻은 프리킥을 이란 골키퍼 메디 라마티가 간신히 펀칭으로 쳐내는 강력한 오른발 슛을 터뜨리며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어 전반 42분에는 정성훈과 교체 투입된 염기훈이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대포알 같은 왼발 중거리포를 뿜어 골키퍼 라마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라마티는 빨랫줄 같은 강한 슈팅을 몸을 날리며 간신히 쳐냈다.
후반 들어서도 한국은 공세를 계속했지만 선취골은 이란이 가져갔다. 후반 13분 김정우가 페널티지역 정면 왼쪽에서 반칙을 범하는 바람에 프리킥을 내줬고 이란은 키커로 나선 네쿠남이 수비벽을 넘어 이운재의 팔이 미치지 않는 골 왼쪽상단을 꿰뚫는 그림같은 오른발 감아차기 프리킥으로 리드를 잡았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2분 뒤인 15분 오른쪽을 돌파한 오범석이 올린 예리한 크로스를 이근호가 문전 정면에서 날아오르며 회심의 헤딩슛으로 연결했으나 볼이 크로스바를 맞으며 아웃돼 절호의 득점찬스를 놓쳤다. 이어 20분에는 기성용의 35야드 장거리 프리킥이 또 골키퍼의 다이빙 선방에 걸려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후 한국은 좀처럼 만회골의 실마리를 잡지 못했고 27분에는 이란의 모하마드레자 칼라트바리의 측면 돌파에 위험한 순간을 맞기도 했으나 이운재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한국의 분위기가 점점 초조해 가는 순간 홀연히 기회가 찾아왔다. 이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프리킥을 얻은 것. 다시 키커로 나선 기성용이 예리한 오른발 킥을 터뜨렸고 이란 라마티 골키퍼는 자기 왼쪽으로 다이빙하며 이를 간신히 막아냈다. 하지만 그는 볼을 골 밖으로 쳐내는 대신 바로 앞에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고 골문 앞에 도사리고 있던 박지성이 쇄도하며 리바운드 볼을 헤딩으로 골 네트에 꽂아 넣어 마침내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박지성은 이 골로 통산 A매치 10골째를 뽑아내며 다시 한 번 현 한국축구 최고스타의 진가를 입증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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