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필라델피아 한인사회를 형성하는데 가장 공로가 큰 업종을 꼽으라면 많은 한인들이 주저없이 그로서리를 꼽는다.일명 코너스토어라고 불리던 그로서리는 이민초기 한인들이 자립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부부간에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 처음 시작하는 가게가 유대인들이 떠난 흑인동네의 코너 그로서리였다. 그렇게 그로서리에서 힘을 만들어 더 큰 가게로 진출하는 것이 일반적인 한인들의 코스였다.
한때는 600여 개에서 700여 개, 혹은 1천여 개라고까지 추산 되던 한인운영의 그로서리가 이제는 약 150여 개만 남을 정도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도매상에 가면 피부로 느끼게 된다.과거 한인들을 상대로 운영하던 제트로, K&J, 화이트 골드맨 등 도매상을 찾는 소매상들이 이
제는 거의 도미니카나 자메이카 출신들의 중남미 계통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K&J를 운영하는 권영선씨도 이제 한인들은 그로서리에서 많이 떠났고 특히 작은 가게들을 운영하는 한인들의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이제 그 자리를 중남미계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제 한인들이 운영하는 그로서리는 중대형 규모의 가게들뿐이다. 그나마 이들도 극심한 불황
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필라델피아 남쪽 흑인 지역에서 제법 큰 규모의 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이제 그로서리는 끝났다라고 까지 단언한다.김씨는 그 이유로 점점 가파르게 올라가는 도매상의 물건 값을 소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점점 더 줄어드는 이윤과 대형마켓의 흑인지역진출, 흑인들의 구매패턴의 변화를 꼽았다.
도매상을 다녀오면 영수증을 보기가 겁난다는 김씨는 과거 25%에서 30%에 달하던 마진율이 이제 15%에서 20%정도로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도매가격이 오르는 만큼 소매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전에는 흑인들이 갈 곳이 없어 가격을 올리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들도 수퍼마켓에 가면 훨씬 싼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그런 수퍼마켓이 가까운 곳에 속속 들어서고 있기 때문에 가격을 전처럼 올릴 수가 없다고 말한다.
다운타운에 가까운 필라델피아 북부지역에서 그로서리를 운영하는 최모씨도 이제는 흑인들도 가격에 신경을 쓴다며 이전처럼 흥청망청 돈을 쓰는 그런 풍경은 사라졌으며 급하게 떨어진 물건이 아니면 주로 수퍼마켓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하며 가게를 처분하려해도 쉽게 사겠다는 사람이 없이 붙잡고 있다고 말한다.
최씨는 급등하는 도매상의 물건으로는 버틸 수가 없어 수퍼마켓에서 세일하는 물건들을 집중적으로 구매해 가게에 가져와 판다고 밝혔다. 그렇게해야 겨우 손님들의 비싸다는 불평이 덜하다고 한다.특히 불황을 맞아 이제 고객들의 발걸음도 세일품목을 찾아 대형마켓으로 향해 작은 규모의 그
로서리들은 폐점을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다.
한인들이 그로서리에서 탈출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무렵부터다.
소규모 그로서리는 이무렵 대부분 중남미계 사람들에게 넘어갔고 이 때 가게를 처분한 한인들이 세탁소 등 타 업종으로 몰리면서 한인들끼리의 과당경쟁을 촉진시켰다고 분석한다.필라델피아 식품협회의 임희철 회장은 취임사에서 ‘협회가 앞장서서 공동구매와 회사의 인센티브제도 등을 통해 회원 업소들이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구매하도록 해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
는 구상을 밝혔지만 이 또한 코카콜라나 펩시 등 음료회사와 스낵회사 등에 국한 도리 것으로 보여 많은 품목을 취급하는 그로서리에서의 실효성에는 의문을 갖게 한다.그래도 그런 시도 외에는 한인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식품협회 전직 회장인 이창희씨는 대형마켓들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한인들도 대형마켓을 만들어 나가야하는 것인데 한인들에게는 그만한 여력이 없다며 방법은 한인들끼리 동업을 통해 대형화하는 것이지만 한인들의 관습상 동업이 어려워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이외에도 한인들끼리의 컨비니언스 스토어 설립, 델리 등 차별화 된 서비스를 통한 그로서리업종 개발 등도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아직은 그 실현이 요원한 상태다.
이민초기 한인들의 효자업종이었던 그로서리, 서로 머리를 모아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한인 운영의 그로서리는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청과물을 진열해 놓은 그로서리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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