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코스코에 갔다가 물건 반환 코너의 긴 행렬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미국은 환불제도가 워낙 자유로운 나라인지라 그리 낯선 모습은 아니지만 요즘은 그 행렬이 더 길어 진 듯 하다. 불황이 가져다 준 또하나의 풍속도가 아닐까 싶다.
한국의 경우 환불 제도가 그리 잘 되어 있는 편이 아니다. 물건을 사기 전과 후의 업소측 태도가 확연히 다르다. 환불을 원하면 그 절차 또한 만만찮게 불편하다. 게다가 백화점처럼 환불이 보장되는 곳도 그다지 많지 않으니 물건을 살 때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상품들이 구매 후 짧게는 1개월부터 3개월 이내까지 환불이 가능하다. 일단 구매를 하고 집에 가서 마음이 변하면 ‘아무 이유가 없어’도 return(반환) 혹은 refund(환불) 을 할 수 있다. 물건 포장을 뜯었어도 환불을 요구하면 대부분 군소리 없이 해준다.
하자품은 물론이거니와 사고보니 불필요한 물건이라든가 시간이 지나고 보니 맘에 안들었을 경우에도 간단하게 환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듯 쉽고 편리한 환불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않다고 한다.
실컷 신은 신발을 발이 ‘아프다’는 이유로, 인형을 잔뜩 사서 아기 돌사진을 사진을 찍은 후 더이상 ‘필요없다’는 이유로 환불을 요구한다. 면접을 보기 위해 정장 몇벌 사서 잠시 입은 후 ‘안맞는다’고 반납하거나 케이크를 사가지고 갔다가 ‘한조각 먹어보니 너무 달아 몸에 좋지 않을 것 같다’는 핑계로, 심지어 며칠 꽂아둔 꽃이 ‘빨리 시들었다’는 이유로 반품을 한다. 다양한 인종들이 행하는 이런 ‘악행’에 한국인들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자유로운 환불을 보장하는 대신 업주들은 이에 따른 손해까지 포함해 상품가격을 책정하고 재조정한다. 결국 환불제 악용의 피해는 업주가 지는 것이 아니라 가격인상을 통해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오는 셈이다.
리턴이 당연시 되는 미국의 마트는 오늘도 반환코너에 길고 긴 행렬이 줄지어 있다. 반환코너 옆에 이미 ‘중고품’이 된 반품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환불행렬이 길어지고, 반품들의 수가 늘어날 수록 소비자 가격도 덩달아 올라갈 것이다.
잠시 잠깐 자신의 목적과 편리함을 위해 행해지는 습관적인 리턴 행태가 가격인상의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 온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권선주 기자> sjkwon@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