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불경기와 매상감소로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경기침체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한인운영의 업종이 바로 청과업과 수산업이다.

필라델피아와 교외 곳곳에 있는 한인 운영의 청과업과 수산업은 불경기를 그다지 느끼지 못하며 여전히 바쁜 일손을 움직인다.박경섭 필라델피아 청과협회 회장은 물론 청과업도 잘되는 가게와 안 되는 가게가 있을 수 있지만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교적 꾸준하게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청과나 수산업이 사람들이 날마다 식탁에서 대해야하는 필수품목이기도 하고 생물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비교적 전문적인 직종이 되어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인들끼리의 경쟁에서 자유롭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필라델피아에 한인들이 운영하는 청과업이 약 40여 개, 수산업이 약 20여 개 정도로 타 업종에 비해 그 수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박경섭 회장의 말처럼 청과업이나 수산업이 생물-즉 신선함을 유지해야하는, 유통기간이 매우 짧은 물건을 취급한다는 점에서 아무나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청과업이나 수산업이 이처럼 꾸준한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데에는 한인업주들의 부지런함도 한몫을 하고 있다.

북부필라 지역에서 청과업을 하고 있는 김모씨는 야채가게는 부지런하지 않으면 절대로 할 수 없다며 신선한 물건의 구입과 판매는 야채가게의 생명과도 같은 일인데 부지런하지 않으면 절대로 그런 신선함을 유지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청과업과 수산업을 하는 한인들이 필라델피아 남쪽에 있는 청과시장 및 수산시장에 도착하는 시간은 남들이 아직 단잠에 빠져있을 즈음인 새벽 4시경이다.이때부터 이들은 더 좋은 야채와 생선을 좋은 가격에 구입하기 위해서 발걸음이 빨라진다.이렇게 구입한 야채를 트럭에 실고 가게로 가져와 잘 다듬어 보기 좋게 진열하는 일까지 그 일이 끝이 없다.그 과정에서 조금만 소홀해도 바로 표가 나기 때문에 항상 열심을 낼 수밖에 없다.이러한 열심 덕분에 필라델피아 청과상과 생선가게는 대형 슈퍼마켓에 대해 경쟁력을 유지한다.

박경섭 회장은 좋은 물건을 좋은 가격에, 그것도 보기 좋게 진열해 놓으니 고객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며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한인들끼리의 경쟁을 자제하며 사업을 운영한 것이 오늘 청과업이 불경기를 크게 타지 않을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실제로 필라델피아 청과협회는 단결이 잘되기로 유명하다.회원이 몇 명 되지 않는 청과협회지만 해마다 송년잔치를 개최하고 장학금을 수여하는 등 어느 단체 못지않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이들의 이러한 단결을 바탕으로 상품 구입에 대한 정보교환, 공동구매, 경쟁자제 등이 이루어진 것이 필라델피아 청과업의 안정성을 가져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청과업과 수산업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할 때 유통비의 증가로 상승한 물건 값이 이런 저런 이유로 내릴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필라델피아 북동부지역에서 새롭게 문을 가게를 연 이모씨는 이 지역주민들의 특징에 맞추어 다양한 물건을 갖춰 놓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어떤 때는 너무 높은 물건 값으로 인해 살 수도 안살 수도 없는 경우가 많다며 유가가 내렸으니 물건 값도 내려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다.모든 업종이 불경기로 힘들어하는 가운데 유독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청과업과 수산업의 뒤에는 한인업주들의 노력과 단결이 있었다.
북부 필라델피아 온리지역에 위치한 한인운영의 청과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