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사랑 얻기 위해 체조시작
불의 사고로 꿈꺾인뒤 공부 열중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원동력입니다.”
미국 다트머스의대를 수석졸업하고 현재 존스홉킨스 대학병원 재활의학 수석전문의로 근무하는 ‘슈퍼맨 닥터리’ 이승복박사가 애틀랜타를 찾았다. 오는 20일 한국‘장애인의 날’을 맞아 16-19일 에 걸쳐 애틀랜타 밀알선교단(단장 최재휴)이 주최하는 특별강연회 강사로 초청된 이승복박사는 첫 강연일정에 따라 16일 7시30분경 새한장로교회(담임 송상철 목사)에 도착했다. 강연회에 앞서 만난 이박사는 소탈한 모습과 의외(?)로 ‘유창하게’ 구사하는 한국말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 애틀랜타에 온 것을 환영한다. 바쁠 텐데 어떻게 먼 곳까지 올 결심을 하게 됐나?
= 사실 지난 가을 애틀랜타 밀알선교단의 최단장님이 전화로 강연회 강사로 초청하고 싶다는 말을 하셨을 때는 너무나 바쁜 상태여서 일정이 불투명했었다. 그래서 그저 전화로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대답을 드렸었다. 그러다 지난달 다시 연락이 와서 조금 고민이 됐지만 내 작은 움직임이 다른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게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휴가를 내고 오게 됐다.
- 어릴 때 미국에 왔다고 들었는데, 한국말을 너무 잘해 놀랐다.
= 나는 한국사람이니까 한국말을 잘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웃음)? 미국에는 8살에 왔다. 사실 한국에서 미국에 올 때는 더 좋고 화려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믿음에 가득 차 있었다. 우리 부모님도 그랬고 나는 부모님이 그렇다니까 의심하지 않고 믿었다. 그렇지만 막상 와보니 그런 생각은 완전히 깨져버렸다. 한국에서 작고 단란한 집에서 마당에서 강아지도 키우면서 살았던 우리는 뉴욕 플러싱의 작은 아파트에 정착했다. 한국에서 약사로 일하셨던 아버지가 청소부로 하루 20시간 가까이 일하셨고 그때부터 나는 동생들에게 일하시는 부모님 대신 ‘부모’역할을 해야 했다. 그때는 미국생활이 내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간 것만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너무 힘들었다. 무엇보다 부모님의 사랑을 송두리째 빼앗긴 것만 같아 괴로웠다. 그러다 우연히 동네 YMCA체육관에 들렀다가 선수들이 체조연습을 하는 것을 보게 됐고, 그것에 마음이 온통 빼앗겼다. 그때부터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꾸게 됐다. 생각해 보면 ‘금메달’이라는 것이 내 모든 설움과 빼앗겼던 모든 것을 되찾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한국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이 나라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에 대해 확실히 알려주고, 또 한국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통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그 금메달을 매일 고생하시는 우리 부모님께 걸어드려 보상해 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 꿈이 연습 도중 당한 사고로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체조선수의 꿈을 꾸다 ‘사지마비’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지금 이만큼의 성공을 이루었다는 것이 놀랍다. 본인을 이렇게 이끌었던 가장 큰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자부심’이다. 장애인으로 그리고 이민자로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이라는 자부심 말이다. 처음 체조선수로 금메달을 목표할 때도 한국인으로서 한국문화는커녕 한국이 어디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는 이 땅의 사람들에게 ‘한국’을 당당하게 알리고 소개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이 세계에 ‘한국인’이 우수한 민족이라는 사실을 크게 외치고 싶었고 그 바램이 ‘금메달’을 꿈꾸게 하고 그 꿈을 쫓게 하는 바탕을 이뤘다. 그리고 그 바탕은 지금도 여전히 나를 이끄는 힘이다. 그리고 나의 부모님, 우리 3남매에게 더 넓고 좋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낯선 이 땅으로 와서 끊임없이 고생하신 우리 부모님에 대한 안타까움과 사랑이 나를 이끈 두 번째 힘이다.
- 이민자로서 그리고 장애인으로서 이 땅에서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한인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내 노력의 방향은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되찾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에 와서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꼈던 이유는 미국에서 쉼 없이 일만 해야 했던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사랑’에 갈급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안다. 그때도 지금도 그분들의 사랑은 끊이지 않았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체조를 할 때의 나, 의사의 꿈을 위해 공부만 하던 때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를 튼튼히 서게 하는 기반이라는 것을 말이다. 서로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김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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