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누구인가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잡다한 신변 이야기로 시간을 때우고, 제출한 과제물을 잃어버려 우리는 점수를 제대로 못 받는다”고 시애틀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담당교사와 학군을 상대로 항의를 했다. “낮은 점수는 내 잘못이 아니다. 불만 있는 학생은 내 교실에서 나가라”고 교사는 버텼고, “우리 학군에서 25년 이상 근무한 교사를 자를 수 없다”고 학군 담당자는 그를 옹호했다.
존경하는 선생님을 쫓아낸 손으로 주는 졸업장은 받을 수 없다는 거부 사건이 얼마 전 대구의 한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벌어졌다.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인정점수를 주고, 학력평가 모의시험을 거부한 학생들에게 시험지를 나눠주지 않고, 도덕 시간에 교과서 대신 ‘인권과 소수자의 배려’를 강의 했다는 이유로 3명의 선생님을 해고한 학교당국에 대해 반항이었다.
“교사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사례들이다.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조만간 1,000억 달러 이상이 교육분야에 투입될 최근 상황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질문이다. 돈의 방향타를 추적해 볼때, 교사의 수준향상이나 학생의 학습 동기유발에 관해서는 근본적인 대책도 없으면서, 그저 학교건물 증축, 도서관 확장 등 겉치레에 신경을 쓰는 정치적인 몸짓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에릭 하누섹 경제학 교수는 “나쁜 학군의 우수한 교사에게 배우는 것이 좋은 학군의 형편없는 교사에게 배우는 것보다 낫다”고 그의 연구논문에서 주장했다. 또한, 교사와 학생의 비율, 학습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사의 인간성이며, 교사자격증, 석사학위의 유무가 교사로서의 성공여부를 점치지 못한다고 못박았다.
미국의 교육제도에서 교사의 위치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미국 교육은 고대 그리스 플라톤의 꿈이 바탕에 깔려있다. 철저한 국가의 통제아래, 청소년기 교육과정을 통해 뒤쳐지는 자는 생산 계급으로 가려내고, 20~30세 때는 산수, 기하, 음악, 천문학 등 4과 교육을 실시한 후 선발시험을 통해 떨어지는 자는 군인 계급으로 유치하고, 나머지 소수 엘리트는 철학, 정치학, 법학으로 무장시켜 그들이 50세가 되면 철인(哲人)으로서 국정을 담당하는 리더로 삼는다는 플라톤의 교육은 사회계급에 따라 그 내용과 방법을 달리하는 피라밋식 교육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의무교육은 교사들을 앞세워 파편적 지식을 가르치게 하고, 능력별 수업이라는 이름아래 학생의 위치를 고정시키고, 다중재능을 무시하고 인지능력 한 면에만 치우쳐 평가하고, 정서적, 지적 의존도를 높여 홀로서기를 막고 있다. 나아가, 교사의 주관적 측정에 의해 작성된 성적표는 학생의 자존심과 가치의 높낮이를 재는 척도가 되었고, 부모가 자녀에 대한 불만족을 토로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성적표 종이 무게는 1g도 안되지만 그것은 학생의 인간성, 미래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학생과 부모를 무저갱으로 떨어뜨리는 힘을 가졌다. 이런 교육과정은 뚜렷한 신념을 가진 학생보다는 살아남으려고 잔머리 굴리는 무리만 양산할 뿐이다.
문화 비평가 헨리 지루는 “학교는 사회의 지배논리를 저항하는 공간”이 되어야 하며, 교사는 “사회의 억압에 반기를 드는 신념 있는 지식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촛불행진 참여학생에게 인정점수를 주는 교사, 졸업장을 거부하는 학생, 25년 근무 교사라도 잘못하면 해고할 수 있는 교육감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그 소리에 자녀의 진정한 첫 번째, 그리고 마지막 교사인 부모가 가장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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