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지식인
“오바마는 틀렸다”라는 제호아래 4월6일자 뉴스위크는 폴 크루그만에 대한 특집기사를 실었다. 오바마의 경제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선 크루그만이 노벨상 수상자, 프린스턴 경제학 교수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에게 또 다른 타이틀이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에게 생소하다. 그는 대중 지식인 (Public Intellectual)이다.
대중 지식인은 누구인가. 한국 사회에서 말하는 “국민 여배우, 국민 여동생”처럼 대중의 인기와 관심을 끄는 사람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연예와 스포츠에 빠진 군중이 아닌, 정치, 사회, 경제, 예술, 문학등 한 나라의 정신문화에 관심을 두는 대중의 척추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수년 전 필자가 유럽 배낭여행 중 융프라우에 오르는 기차안에서 스위스의 엔지니어를 만나 “도요타 자동차가 스위스를 휩쓸고 있는데 당신네들은 어떻게 견디나?”라고 물어 본적이 있다. 그는, “도요타가 전세계에 차를 팔아 수입을 올리지만 스위스는 도요타가 차를 만들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라고 느긋하게 대꾸했다. 여기서, “차를 만들 수 있는 기계”가 바로 대중 지식인에 해당된다.
영국의 외교전문지 ‘외교정책’이 선정한 세계를 움직이는 대중 지식인 100명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노암 촘스키, 토마스 프리드만, 말콤 글래드웰이 보여준 것처럼 책을 저술하거나 신문, 시사지 칼럼을 통해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다. 대학 교수들과 그들의 차이점은 전자는 상아탑 안에서 학회지를 통해 한정된 의견교환을 하지만, 후자는 대학에 몸담고 있더라도 대중적 매체를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폭넓게 전달하는데 있다.
그렇다면, 대중 지식인의 의무는 무엇일까. 에드워드 사이드를 예로 들자. 그는 팔레스타인 부모 밑에 태어나, 나치 독일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피신했다가, 미국으로 건너와 프린스턴 학부와 하버드 대학원에서 공부한 후 콜럼비아에서 비교문학 강의를 하며 문화비평가로 활약했다. 그에 따르면, “당연하다고 굳게 믿는 전제를 다시 한번 의심하고, 간단히 답을 얻을 수 없는 답답함을 견디며 끊임없이 묻는 것, 자신을 기존 관념의 지배에서 해방시켜 정신적 독립을 얻어내는 것”이 지식인의 역할이다. 실제로 그는, 2000년에 레바논 국경 장벽에서 이스라엘 쪽으로 돌을 던지는 의미 깊은 행동을 보여 주었다. 그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돌이 아닌 폭탄 세례를 퍼부은 것에 항의하며, 모든 것을 합리화, 정당화하는 강자의 논리를 향해 돌팔매질을 한 것이다.
또한, 에드워드는 동양인으로서 미국문화에 동화되어 안락한 삶을 추구하기 보다, 서구문명의 기본전제와 형성과정을 비판했다.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책을 통해 모든 지식은 권력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다고 주장하며, 동양을 여성에 비유하여 신비스럽고 매혹적인 땅으로 표현하는 것은 동양을 정복하려고 남성적, 이성적이라 자칭하는 서양인의 욕구에 의해 조작, 선전된 폭력이라 비판했다.
대학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성인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그렇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대학과정을 거치며 집단의식에 물들어 자신의 주체성과 비판의식을 포기하고, 사회적 존재를 확보하기 위해 사회가 원하는 대로 끌려가고 있다. 한국에 나가 연예인 되는 것이 가장 큰 꿈이며, 적성에 상관없이 무조건 돈벌이 잘되는 직업을 선택하는 세태가 그것을 잘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대중 지식인이 되겠다고 꿈꾸는 학생 한명 쯤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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