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 들면서 급격한 노년층 인구의 증가로 수많은 치매증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으나 2001년에 발간된 켄터키 대학의 데이빗 스노든(David Snowdon) 교수의 수녀연구서(Aging with Grace)라는 약 200페이지짜리 보고서만큼 주목을 받은 책은 없었다. 이 책은 687명의 연로한 수녀들을 1986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집단 연구한 책이었다.
치매증은 100년 전 알로이스 알자이머(Alois Alzheimer) 박사에 의해 발견된 이후 그 원인은 아직도 미궁에 있었다. 그러나 수녀들을 집단적으로 연구할 수 있음으로써 그 원인의 해명이 훨씬 가까워진 것이다. 즉 이 수녀들의 대부분은 미 동부 수녀원 출신들로서 대다수가 북부유럽 계통의 중류가정에서 자랐고 그 후에도 똑같은 수녀원에서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생활을 했음에도 어느 수녀는 초기에 치매에 걸리고 어떤 수녀는 90이 훨씬 넘었어도 수녀학교 선생 또는 도서관 직원 등으로 활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많은 공통점을 가졌음에도 어떤 사람은 끝내 치매에 걸리지 않든가 걸려도 증세가 경미하든가 아주 늦은 나이에 걸린다는 것은 곧 치매는 유전도 아니고, 환경도 아니고, 음식도 아닌 그 무엇인가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무엇을 구명해 보자는 것이 이 수녀 연구의 골자인 것이다.
그 중에서 한 가지 흥미 있는 것은 이 수녀들이 18~19세에 수녀원 입학 자서전으로 쓴 2~3페이지 자서전을 연구해 보면 나이 들면서 누가 치매증에 걸리고 누가 걸리지 않는지를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즉 그 자서전의 내용이 낙천적이고, 적극적이며 언어구사가 화려하고, 미사여구가 가득 차 있는 자서전의 소유자는 대개 장수하고 치매증에도 안 걸리든가 아주 늦게 걸리더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는 이 연구서는 한국어로 ‘우아한 노년’이라고 번역되어 판매되고 있다.
<신경내과 전문의 겸 UCLA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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