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밍, 펭귄, 베짱이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서식하는 레밍이라는 쥐는 어느때가 되면 무리를 지어 절벽에서 뛰어내린다. 이유로는, 어마어마한 번식력으로 인해 후손 쥐들에게 충분한 서식지와 먹이가 확보되지 않을 것을 염려하여, 즉, 종족보존을 위해 자살을 택한다는 본능적 희생설이 있고, 리더가 계산착오로 진로를 잘못 잡았기 때문이라는 리더쉽 부재설도 있다.
이런 레밍의 속성이 한국인에게 소개된 계기는 1980년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인 존 위컴이 쿠데타로 정권을 거머쥔 전두환에게 우르르 몰려들어 줄 서는 모습을 보고 “한국인들은 레밍과 같다”는 발언이었다. 미국에서는 경영 컨설탄트 데이비드 허친스가 ‘레밍 딜레마’라는 책에서 레밍의 속성을 기업 경영원리에 적용함으로 널리 알려졌다. 뚜렷한 방향타도, 뛰어내리는 이유도 모르면서 무조건 남을 따라 곤두박질하는 레밍의 딜레마는 회사 내에서 자신의 목표와 비전이 분명치 않은 사원들의 딜레마라는 것이다.
펭귄도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것은 레밍과 흡사하다. 한가지 다른 점은, 바다에 있는 먹이를 쫓아 뛰어들기 직전에 일제히 제자리 걸음을 하며 “천적인 물개나 바다표범이 혹시 있지 않나”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머뭇거리는 것이다. 모두가 불확실성 앞에서 망설이는 동안, 가장 먼저 뛰어드는 용감한 펭귄이 나오면 그제서야 나머지 펭귄들이 그 뒤를 따른다. 미지의 세계에 몸을 맡긴 “최초의 펭귄”은 아마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 이론을 터득한 펭귄이 아닌가 싶다. 즉, 수많은 의혹과 주저감을 물리치고, 직감으로 순식간에 내려진 결정에 따라 과감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또한, 그 용감한 펭귄은 경쟁상대가 없는 “블루 오션”을 개척했다고 볼 수 있다. 기업경영에서 블루 오션(푸른 바다) 전략은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흘린 피로 물든 “레드 오션”과 상반되는 개념이다. 예를 들면, 김연아가 피겨 스케이팅을 선택한 이유는 그 당시 그것을 하는 또래들이 별로 없어서다. 그렇지만 그녀가 세계적인 선수가 된 지금은 너도나도 피겨 스케이팅을 하려고 몰려들어 레드 오션을 만들고 있다.
대학 지원자들에게 블루 오션의 원리를 적용해 보자. 너도나도 하는 운동, 악기, 교내외 활동에 레밍 떼처럼 몰리는 것은 레드 오션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블루 오션을 개척하는 방법은 있다. 똑같이 멕시코 선교를 다녀와도 한 학생은 여행으로 끝나지만, 다른 학생은 선교여행 사진전을 열고, 학교신문에 선교지 실정에 대해 발표하고 모금운동을 한다. 똑같이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해도 한 학생은 봉사시간 500시간을 자랑하는 것으로 그치지만, 다른 학생은 병원 내 암 연구를 하는 의사들을 인터뷰하고, 학교에서 ‘암 예방 강조주간’을 만들어 동료들에게 암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한마디로, 블루 오션을 만들려면 현대판 베짱이의 기질이 필요하다. 과거의 이솝 우화는 쉬지 않고 일한 개미는 후에 풍족하게 지내고, 놀기만 했던 베짱이는 파탄을 맞는 것으로 끝난다. 현대판 베짱이는 다르다. 바이올린을 켜며 놀기에 충실하던 베짱이가 겨울이 오자 기발한 아디어를 낸다. 일에 지치고 엥겔지수만 높아 문화생활을 등한시한 개미들을 상대로 바이올린 독주회를 여는 것이다. 연주를 들으려고 몰려드는 개미들에게 입장료를 받아 현대판 베짱이는 새로운 삶을 설계한다.
대학 지원자들이 걱정해야 할 것은 극심한 경쟁률도 재정사정도 아니다. 레밍의 무리에서 벗어나는 용기, 최초의 펭귄이 되어 블루 오션을 개척하는 정신, 그리고 베짱이의 아이디어가 없는 것을 먼저 걱정해야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